
일면식도 없던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장윤기가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그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이 감찰 대상에 올랐다. 아들의 사건 이후 자취방에 있던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친족에 의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형사 입건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인도에서 귀가하던 고등학생 이채원 양(16)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17세 남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까지 입힌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장윤기 측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시인했다. 수사 과정에서 부인했던 계획범행 역시 인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와 관련한 강간 목적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 부친인 장 모 경감의 행위를 포착했다. 광주지검에 따르면 장 경감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 8일 아들의 자취방을 정리하면서 방 안에 있던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폐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장윤기의 자취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훼손된 리얼돌을 확인했지만, 당시에는 이를 압수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촬영된 영상을 장윤기의 범행에 성범죄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했다.
장 경감은 장윤기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전남의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아들의 구형 휴대전화 등 일부 소지품도 불에 태워 없앤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내용 역시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본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다만 장 경감은 증거인멸 혐의로는 형사입건을 피했다. 형법 제155조 4항에서 타인의 증거인멸은 처벌 대상이지만, 친족 간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특례 조항에 따른 조치다.
이에 2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례 조항에 대한 검토를 예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와 사기 등 재산범죄 처벌을 면제해 주던 친족상도례 규정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했다”라며 “(친족)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광주경찰청은 같은 날 장 경감이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장 경감은 사건 당시 일선 경찰서 비수사 부서에서 근무해 사건과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그는 휴직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감찰은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공직자로서의 적절한 처신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향후 감찰 결과에 따라 장 경감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윤기의 강간 목적 인정 여부 역시 다음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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