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황창규 언급
정용진이 존경하는 기업인
2019년, 5G 최초 상용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해 국내에서 영향받은 인물로 황창규 KT 선대회장을 꼽아 이목이 쏠렸다. 방송인 홍진경이 “국내 인물 중에 혹시 영향받은 인물은?”이라고 묻자, 이 후보는 “저는 책 많이 봤는데, 책 볼 때마다 놀라웠던 사람들이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의 주역들. 진대제·황창규“라고 답했다.
황 선대회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꼽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개인 SNS를 통해 황창규 전 KT 회장의 자서전 『빅 컨버세이션』을 추천하며 그를 “존경하는 기업인 중 한 분”으로 소개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책을 읽는 사진과 함께 “읽으면 읽을수록 황 선대회장님의 친화력, 통찰력, 추진력을 느낄 수 있다”라는 글을 올려 존경의 뜻을 밝혔다.
이준석·정용진이 존경하는 남자, 황창규 전 회장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5G 상용화를 선도한 황창규 KT 선대회장은 KT를 이끌기 전 삼성전자에 합류해 ‘반도체 신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라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제시하며 삼성전자에서 기술총괄 사장과 종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황창규 선대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최초로 256Mb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산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기술적 돌파구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IBM, 휴렛패커드(HP), 델 등 세계 유수의 PC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삼성의 반도체를 채택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에서 삼성 메모리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강자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황 선대회장은 2014년 KT 회장에 취임하며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그는 취임 이후 차세대 통신 기술을 선도하며 ‘5G 상용화’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정권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첫 CEO인 이용경 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CEO가 불명예 퇴진했다. 이용경 전 사장의 뒤를 이은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납품업체 선정과 인사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 선대회장의 전임자인 이석채 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11월 131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임했다. 이후 2014년 황창규 선대회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황 선대회장은 KT 회장 취임 직후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경영 효율화에 집중했다. 취임 첫해에는 구조조정 비용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빠르게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황창규 선대회장 취임 이후 KT는 통신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며 소비자 중심의 요금제 개편에 앞장섰다.
2015년 KT는 업계 최초로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월 2만 원대 요금으로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면서 고가 요금제 위주의 기존 통신 요금 구조를 흔들었다. 이는 2004년 월 10만 원에 음성 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던 과거 요금제와 비교하면 약 70% 가까이 저렴해진 수준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음성 통화보다는 데이터 사용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잘 맞는 합리적인 요금제로 평가받았다.
이 요금제는 이후 경쟁사들의 요금제 개편에도 영향을 미치며 통신업계 전반에 ‘가성비 중심’의 소비자 친화적 흐름을 촉진한 계기로 주목받는다. 황창규 선대회장의 신속한 경영 판단 덕분에 KT는 2015년 상반기 무선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순증 1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전년 대비 상승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인터넷과 IPTV 부문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기가인터넷 가입자는 70만 명을 넘어섰고 IPTV 가입자 수는 640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 선두를 지켰다. 이와 함께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 유·무선 통신 분야 세계 1위 ‘Industry Leader’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2015년 3분기에는 매출이 5조 4,9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33억 원으로 17.8% 급증했다. KT를 5G·ICT 혁신기업으로 이끈 황창규 선대회장은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2019년 그는 한국인 기업인 최초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에 초청받아 참가했다.
IBC는 글로벌 주요 기업 CEO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회의체로 세계 경제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다. 황 선대회장의 초청은 KT의 글로벌 경쟁력뿐 아니라 한국 ICT 산업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황창규 선대회장은 재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KT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약 110만 명의 고객이 통신 장애를 겪었고 소상공인 1만 3,500여 명도 영업 피해를 입었다.

KT는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사회적 파장은 컸다. 황 선대회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화재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직접 설명해야 했다. 또한 황 선대회장은 KT 회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찰은 2014년 5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회사 자금 약 4억 4,190만 원을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황 선대회장과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한편, 황창규 선대회장이 2020년 6년간의 KT 회장 임기를 끝으로 공식 퇴진했다. 황 선대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한 뒤 2017년 연임에 성공하며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해 왔다. 그는 재임 동안 5G 상용화, 기가인터넷 확대, 요금제 혁신 등 굵직한 ICT 전략을 주도하며 ‘기술 기반 경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황 선대회장의 퇴진 이후 KT의 새로운 수장은 구현모 당시 커스터머 & 미디어 부문 사장(전 KT 대표이사 겸 카이스트 겸임교수)이 맡게 됐다. 현재는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퇴진 이후에도 그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은 기업과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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