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가입자 수익률 하락
트럼프, 관세 발표 영향
개미들, ETF 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연금 투자자들의 걱정이 많아졌다. 그들이 믿었던 미국 펀드가 수익률 최하위로 급락했으며, 서학개미 대표 채권 투자처인 미국 장기채 또한 금리가 급등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중 갈등은 격화되고 있고 트럼프의 행보도 짐작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정치 변수는 본질적으로 예측이 힘들며, 파급력은 실적 발표나 금리 정책보다 훨씬 크고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이 충격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동안 투자자는 불확실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28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해당 증권사 퇴직연금 가입자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78%로 나타났다. 7~8%였던 올해 초 수익률이 3월 이후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 관세전쟁 여파로 주식은 물론 채권형 상품의 수익률까지 악화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직후 S&P500지수는 며칠 만에 10%를 웃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통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달러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상황을 보였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주일 만에 5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1987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달러 가치도 급락했다. 이러한 통화와 채권, 주식 약세의 조합은 드문 일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ETF(상장지수펀드)로 눈길을 돌렸다. ETF는 여러 종목이나 자산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은 투자 수단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분산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전략적 자산 배분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 설계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시점에는 ETF가 보여주는 ‘예측 불필요, 구조 중심’의 투자 방식이 효과를 보인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ETF를 조합할 때 시장이 변동하더라도 일정한 수익 구조 유지가 가능하다.

상장기업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주식 ETF로 유입된 자금은 약 5,418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월에 이어 월간 유입 규모 5,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환율과 해외 리스크에 노출된 자산보다 예측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갖춘 ETF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주가 방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현금 흐름 기반의 ETF, 그중에서도 배당 ETF와 커버드콜 ETF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을 사들이고 똑같은 규모로 콜옵션 매도를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여기서 콜옵션이란 주식, 채권, 금 등 기초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초단기 채권 ETF를 대표적 자산 피난처로 꼽고 있다. 단기채 ETF는 올해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장기채 ETF인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TLT)는 지난 4일 이후 5.2% 하락한 것에 반해 초단기채 ETF인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단기채’(SGOV)는 0.3% 상승했다.
이번 급락장을 앞두고 미리 주식을 매도해 주목받은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단기채를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미국 단기채 규모는 2,880억 3,100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년 동기(1,296억 1,900만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초단기 ETF와 단기 ETF는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존재한다. 초단기 ETF는 거의 현금처럼 쓰는 ETF로 투자 기간(1년 이하)이 매우 짧다. 단기 ETF도 짧은 기간에 투자하는 채권이지만 어느 정도 투자성을 띠고 있다. 초단기보다 기간이 길며, 대략 1년 이하~3년 이내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2분기까지 단기채권 투자가 더 유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채권 ETF 운용본부 관계자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분기까지는 장기 채권보다는 단기 채권 투자가 전망이 밝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장기 채권은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매도세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 것과 더불어 향후 채권 발행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라며 “우리나라 역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늦춰지며 장기 채권 투자 유인이 과거 대비 하락한 상황이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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