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년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결국 다시 법정에서 마주하게 됐다. 이혼 확정 8개월 만에 재산분할 공방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최 회장까지 직접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재계 안팎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조 단위 재산분할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두 사람의 ‘세기의 이혼’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오는 6월 15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을 연다. 앞서 열린 첫 조정기일에는 노 관장 측만 출석했고 최 회장 측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재판부는 양측 일정을 다시 조율해 최 회장이 참석 가능한 날짜로 기일을 새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첫 조정기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 역시 다음 기일에는 직접 법정에 나오겠다는 뜻을 전달한 상태다. 노 관장 또한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실제 법정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면 2024년 4월 항소심 마지막 변론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이혼이 최종 확정된 뒤로는 처음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정 절차가 향후 재산분할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핵심 쟁점은 SK 주식 가치 형성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다. 특히 파기환송심에서는 SK 주식 자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와 함께, 노 관장 측 기여 인정 범위가 다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당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가운데 약 35%에 해당하는 1조 3,808억여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자료 역시 20억 원으로 상향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 지급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한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이 SK 성장 과정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자금을 불법 자금 성격으로 판단하며 이를 그대로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했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결혼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 딸과 재벌가 2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기의 결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2015년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 관계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실패했고, 결국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 역시 맞소송을 제기하며 재산분할을 둘러싼 장기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단순한 이혼 후속 절차를 넘어 국내 재벌가 재산분할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다시 같은 법정에 서게 되면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양측의 갈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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