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빛 공해 소송
주민 승소에도 불편함 여전
제2 사옥 준공으로 피해 호소
명실상부하게 국내 IT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는 지난 2010년 2월 성남시 분당구에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설계한 ‘글라스타워’ 사옥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기만 해도 번쩍거리던 멋진 사옥을 만들어낸 네이버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옥을 둘러싼 소송을 겪어야 했다.
이는 이듬해인 2011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68명이 네이버 사옥 태양 반사광 피해를 보상하라며 네이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주민들은 소송을 통해 위자료 2,500만~5,000만 원, 재산상 피해배상금 155만~1,069만 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지 2년여 만에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가 주민의 손을 들어주며 “네이버는 태양 반사광을 줄이는 시설을 설치하고 가구당 500만~1,000만 원의 위자료와 129만~654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조망권ㆍ사생활 침해 등의 위법 행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네이버는 1심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뒤이어 이루어진 2심은 앞서 1심의 판결을 뒤집고 햇빛이 차단되는 ‘일조방해’의 피해 기준을 토대로, 햇빛 반사로 유입되는 ‘태양 반사광’의 피해 기준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통상 동짓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4시간 이상’ 햇빛이 들어온다면 일조방해로 볼 수 없다’는 사례가 있는데, 이 사례를 정반대 격인 태양 반사광 피해에 적용한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아파트로 (네이버 사옥 외벽에서 반사되는) 햇빛이 유입되는 시간이 하루 1~3시간에 불과하고,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으며 커튼으로 차단할 수도 있다”며 주민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심의 판결에 불복한 주민들 역시 항소를 제기해 해당 사안은 대법원으로 가게 됐다. 이에 대법원 측은 2심 판결의 핵심 근거부터 틀렸다는 지적을 필두로 “일조방해와 태양 반사광 침해로 인한 생활방해는 피해의 성질과 내용에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태양 반사광이 어느 정도 밝기로, 얼마 동안 유입돼 눈부심 등 시각장애가 발생하는지, 인접 건물의 주거지로서 기능이 훼손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는지 심리했어야 한다”고 2심 판결 파기 환송을 결정한 이유를 짚었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 사옥 외벽 햇빛 반사 밝기가 통상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수준의 밝기보다 최소 440배, 최대 2만 9,200배에 이른다고 판단하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대법원이 특히 “햇빛 반사 차단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주민들 청구를 원심이 기각한 데 대해서도 “태양 반사광 침해 판단을 잘못한 이상, 차단시설 설치 청구 요구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하며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와 더불어 “차단시설을 설치할 경우, 당사자(주민)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네이버)이나 제삼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비교해 헤아려야 한다”고 덧붙이며 해당 판결은 태양 반사광 침해 방지 청구(차단시설 설치)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로 법조계의 이목이 쏠렸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지난 현재 네이버와 입주민 사이의 갈등은 해결됐을까? 당초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네이버 사옥의 태양 반사광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빛 반사 방지 처리’ 조치가 확정됐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커튼 월'(curtain wall·투명유리 혹은 반사유리를 사용한 빌딩 외벽 마감) 방식의 네이버 사옥 반사광에 대한 손해배상과 방지 청구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반사광 차단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방치해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22년 네이버 구사옥 바로 옆에 28층짜리 제2 사옥을 새로 준공하면서 태양 빛이 구사옥을 비추고 지나간 후에도 제2 사옥에서 다시 반사돼 피해 시간이 더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기에 결과가 나와야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네이버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감정신청’을 요구해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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