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 왜곡죄 ‘1호 고발’ 대상에 오르면서 사법부 수장이 직접 수사선상에 놓이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경찰이 관련 사건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까지 포함되면서 사실상 앞길이 막힌 형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새로 시행된 법의 첫 사례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은 한층 커진 모습이다. 법 왜곡죄가 판사와 검사뿐 아니라 수사기관 전반을 겨냥하는 구조인 만큼 사법부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법 왜곡죄 관련 사건 8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3건은 서울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가 맡고 있으며 나머지 5건은 일선 경찰서에서 각각 수사하고 있다. 광역수사단이 담당하는 사건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 조은석 특별검사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대상 범위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법관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4건, 공수처와 검찰 관련 사건이 1건, 경찰 수사관이 대상인 사건도 3건으로 집계됐다. 법 왜곡죄가 특정 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사법과 수사 전반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각 기관 내부에서도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부담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법 전문성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청장은 경찰의 법 해석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역수사단에만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약 50명에 달한다고 설명하며 전문성 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법 왜곡죄 시행으로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 왜곡죄는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에 포함된 조항이다. 판사와 검사 등이 형사 사건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법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으며 경찰 수사관 역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실제 고발도 이미 이뤄졌다. 시행 당일인 지난 12일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을 법 왜곡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심리하면서 방대한 재판 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유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이 본격 수사로 이어질 경우 법 왜곡죄 적용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법 시행 직후 고위 법관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파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사법부 수장이 직접 이름을 올린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 왜곡죄의 적용 기준과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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