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과 김 총비서의 예상 방중 시점을 고려해 회담 제안 시기를 정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넘어 북한의 대외 행보까지 감안한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총비서가 실제로 중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 회담 제안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강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 시점의 배경을 묻자 강 장관은 “김정은에 대해 추적하다 보니 방중 예상 시점을 잡았고, 이럴 때 제의를 해야 되겠다 하는 여러 가지 전략적 구상하에 군사회담 제의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회담 제안에 앞서 북한 내부의 군사적 움직임도 살펴봤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을 비롯한 북한 군 지도부가 급하게 전방지역을 찾은 정황을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북한에 군사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공식 제안했다. 주요 의제는 남북 간 해석에 차이가 있는 군사분계선(MDL)의 위치 확인과 군 통신선 복원,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였다.
당시 남북 접경지역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김여정 부장은 북한군의 MDL 인근 활동에 대한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으며 대응 조치를 예고한 상태였다. 북한 측이 언급한 조치에는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와 전술적 타격수단의 추가 배치 등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북한 지도부의 동향과 대외 일정을 함께 고려해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 강 장관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 총비서는 회담 제안 다음 날인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했다. 현지에서는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과 만났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이뤄진 방중이다.

강 장관은 김 총비서가 중국을 찾은 배경에도 여러 외교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관계 강화뿐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 및 한반도 정세 관리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는 “전반적인 국제 정세에 있어서 북미 대화나 또는 한반도 관리에 대한 부분들, 여러 가지 의도를 가지고 방중을 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병주 의원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총비서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을 방문했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강 장관은 “그런 부분을 면밀히 저희도 지켜보고 있다”며 관련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군사회담에 유엔군사령부가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강 장관은 회담을 제안할 당시 유엔사 참여를 함께 언급했으며 현재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정감사 발언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 제안이 북한의 접경지역 활동뿐 아니라 김 총비서의 방중 예상 시점까지 반영한 결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북한이 회담 제안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북한의 반응과 북중·북미 관계의 변화가 남북 군사적 긴장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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