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키워온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에도 자신보다 홀로 남게 될 아들을 걱정하며 전국의 보호시설을 찾아다녔던 인물이다. 아들이 지낼 곳을 마련한 뒤에는 같은 처지의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복지재단 설립까지 추진했지만 끝내 그 뜻을 모두 이루기 전에 눈을 감았다.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에 따르면 전 작가는 지난 5일 오후 7시 56분 별세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뜻에 따라 장례는 별도의 빈소 없이 진행된다.
전 작사가 ‘피터팬 아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데에는 아들 제원(26) 씨와의 특별한 사연이 있다. 30대 중반에 얻은 제원 씨는 2007년 중증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아내와 이혼한 전 작가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홀로 아들을 보살폈다.
그는 정신 연령이 두 살에 머문 아들을 동화 속에서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에 빗대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아들과 함께 살아가던 전 작가에게 지난해 4월 간암 말기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당시 의료진이 예상한 남은 시간은 6개월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은 아들의 미래였다. 전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제원 씨를 돌봐줄 곳을 찾기 위해 전국 1,000여 곳의 보호시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하는 성인 중증 자폐인인 아들을 받아줄 시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전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작가가 됐다. 그의 사연은 여러 방송을 통해 알려졌으며 이후 에세이 ‘안녕, 피터팬’도 정식으로 출간됐다.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자, 독자들은 댓글과 후원금으로 부자의 여정을 응원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제원 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6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전 작가는 의료진의 예상보다 약 1년을 더 살았다. 생전 그는 아들을 자신의 ‘목숨줄을 붙잡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남은 시간에는 제원 씨뿐만 아니라 다른 성인 중증 자폐인을 돕기 위한 ‘피터팬 자폐인 복지재단’ 설립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달 25일에는 재단 설립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지난달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아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아들에게 아빠를 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이 솔직한 마음은 아니라며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아들에게 미리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전 작가는 다른 부모들에게는 짧게 지나가는 아빠로서의 행복을 자신에게는 20년 넘게 안겨줬다며 “그래서 늘 고마웠고, 지금도 고마워. 고마웠어 아들”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남은 삶을 아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쏟았던 전 작가는 제원 씨가 지낼 공동체를 찾고 같은 처지의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재단 설립의 첫발까지 내디딘 뒤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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