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대일 구상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서로 다른 방향의 비판에 직면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 없이 종전을 논의하는 것은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대북 메시지를 겨냥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일본의 책임과 사죄를 충분히 요구하지 않았다며 대일 메시지를 문제 삼았다. 하나의 경축사를 놓고 안보와 과거사 문제에서 동시에 반발이 나오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이 대통령이 6·25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국 간 논의를 제안한 것을 비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비핵화 조건이나 이에 따른 조치가 구체화되지 않은 종전 논의는 한국의 안보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의 경축사가 “정권의 안보 무능의 정점을 보여줬다”라며 공세를 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당사자 간 종전 논의’와 ‘3대 평화 공존’을 두고는 “껍데기뿐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가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거론하며 “우리만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한심한 구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다른 안보 현안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유엔군사령부의 ‘경비정전집행여단’ 창설과 관련해 당초 “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라고 언급한 뒤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한 점을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까지 고려하면 한미동맹과 대북 억지력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 논의가 북핵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려면 한미 핵 공유 수준을 높이고 미국 핵전력의 전진 배치를 추진하는 한편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핵추진잠수함 확보 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통령의 종전선언·평화협정 제안을 “국가 안보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위험천만한 자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의 위상과 주한미군 주둔의 정치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축사를 둘러싼 논쟁은 대일 관계에서도 이어졌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 대통령이 일본의 역사적 책임과 사죄를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역사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실용외교’와 ‘미래지향적 협력’만 강조했다”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식을 유지하는 점도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전임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을 고수한 채 가해국 일본에 ‘따뜻한 온기’를 언급하는 것은 자국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 대한민국 사법 주권을 저버린 행태”라며 야당 시절 비판했던 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를 놓고 국민의힘은 대북 안보정책을, 시민모임은 일본 과거사 대응을 각각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이 종전 논의에 앞서 억지력 강화를 요구한 것과 달리 시민모임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에 사죄와 직접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축사 발표 이후 서로 다른 쟁점을 둘러싼 비판이 동시에 나오면서 정부의 대북·대일 정책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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