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여당이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하면서 재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핵심은 ‘유예기간 없는 즉시 시행’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으로 폐기했던 법안을, 이 대통령의 1호 경제 입법으로 다시 꺼내들며 재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을 공동 재발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하루 만이며, 지난 4월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을 2개월 만에 재상정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대규모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 확대 등이 포함됐다. 특히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에서 ‘공포 즉시’로 바꿨다. 단, 전자주주총회 조항만 예외다.
민주당은 이를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개혁 입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TF 측은 “이번 총선은 재벌 중심 경제에서 주주·국민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요구한 결과”라며 조속한 입법 처리를 예고했다.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빠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특히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된다는 점은 “사실상 협의나 조정의 여지를 차단한 것 아니냐”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상법 개정안이 경영권 불안을 키우고 소송 리스크를 확대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집중투표제 확대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외부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를 중심으로 경제계는 정부·여당과의 대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이자 여당 주도 입법인 만큼 실질적 저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법무법인 율촌은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 개편, M&A 비용 증가, 법적 리스크 확대 등이 예상된다”며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보완 입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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