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반달가슴곰
58%는 위치 추적 안 돼
안전한 공존을 위해 관리 필요

한때 멸종 위기종으로 간주되던 반달가슴곰이 국내 자연에 돌아온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004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온 곰 6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하며 반달가슴곰 증식·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개체수가 10여 마리에 불과했던 당시만 해도 2020년까지 50마리를 목표로 삼았지만, 2009년 첫 번식 성공 이후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2018년에는 이미 56마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는 ‘할머니 곰’이라 불리는 알에프(RF)-05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2004년 방사된 곰 중 유일하게 야생에서 살아남은 그는 올해 20살이 되었으며, 2022년 18살의 나이에도 새끼 두 마리를 낳아 생명력을 보여줬다. 그의 후손은 4세대에 이르러 지리산에서 활발하게 서식 중이다.

올해 봄 기준으로 지리산과 덕유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약 93마리로 집계됐다. 발견되지 않은 곰까지 합치면 개체 수는 100마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중 위치 추적이 안 되는 곰은 총 54마리(58%)다. 10마리 중 6마리는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개체 수 증가로 인한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먹이 자원과 서식 위협 요인 등을 고려한 지리산 내 적정 반달가슴곰 개체 수는 최소 64마리, 최대 78마리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곰의 수는 이 한계를 넘어섰다. 일부 곰들은 인근 덕유산과 가야산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 중이다. 이에 따라 서식지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복원의 초점을 ‘번식’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방사 개체별로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개별 위치를 감시했으나, 앞으로는 무인 카메라, 흔적 조사 등 군집 단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다만, 곰이 인간 거주지 인근에 출현하는 등 특수 상황에서는 개체별 위치 추적을 유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온순하다고 알려진 반달가슴곰도 충분히 위협적인 개체라는 사실이다. 반달가슴곰은 몸길이 130~190cm, 몸무게 최대 200kg에 달하며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어 30km를 달릴 수 있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초식 성향이 강하지만 잡식성이며, 동물 사체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반달가슴곰에 의한 인명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개체 수가 수천 마리에 이르는 일본에서는 인명 피해 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2016년 일본 토와리산에서 일어난 사건이 유명하다.
해당 사건은 4명의 사망자와 2명의 중상자가 발생해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15년의 산케베츠 불곰 사건에 이어 1923년에 일어난 이시카리누마타 호로신 불곰 사건과 함께 사상 2번째 최악의 수해로 꼽힌다. 무엇보다 반달곰 집단이 사람을 공격해 사망하게 한 뒤, 그 시신 일부를 섭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한 해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곰들을 부검한 결과 위장에서 인체의 조직 일부가 나왔다고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은 대인기피 성향이 뚜렷해 마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공단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이 탐방로 20m 이내에서 포착된 사례는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시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수칙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곰과 조우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곰을 마주쳤을 때 ‘죽은 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공격할 조짐이 없다고 여겨 흥미를 잃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호기심을 갖거나 먹이로 인식할 수도 있다. 잡식성인 곰은 죽은 동물 사체도 먹기 때문이다. 나무에 올라가는 것도 피해야 한다. 나무를 타지 못할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곰은 사람보다 나무를 더 잘 타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곰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등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자리를 피해야 한다. 등을 보이며 급히 도망칠 경우 곰의 사냥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먼 곳에 있는 곰을 먼저 발견했다면 조용히 자리를 피해야 한다. 만약 먼 곳에 있는 곰이 본인을 응시하고 있다면 호루라기나 베어벨로 인기척을 내거나 곰이 자기보다 큰 동물이라 여기고 도망가도록 팔을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새끼곰을 봤더라도 먹이를 주거나 다가가는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 새끼곰의 주변에 어미곰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련의 행위로 인해 어미곰이 새끼곰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곰이 이미 공격해 오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해야 한다. 맨손보다는 등산 스틱이나 굵은 나무막대기 등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다친 상태이거나 큰 곰으로부터 공격받아 저항이 어려울 때는 최대한 급소를 보호해야 한다. 땅에 웅크려 양팔로 목을 감싸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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