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시한으로 여겨지는 사전 투표(29~30일)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향해 최대한 저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강경한 공세를 펼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26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점은 충분히 존중한다”라며 “우리는 결코 다른 편이 아니다. 단일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이준석 자극하지 않기’ 전략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으며, 일부 친한계 인사들의 “단일화는 당권 거래 시도”라는 비판도 당내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전날 이준석 후보가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김문수·이재명·황교안이 단일화하라”라고 직격탄을 날렸음에도 김 후보는 “원래 우리가 한 뿌리였기에 노력하겠다”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은 2022년 20대 대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안 후보를 향해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 “윤 후보가 연락했음에도 연락이 없다는 건 제2의 생태탕 거짓말”이라며 날을 세웠다. 결국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 다음 날 새벽 극적 단일화가 성사되긴 했지만, 진통이 컸다.
이번엔 왜 국민의힘이 전과 다른 전략을 쓰는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 특성이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윤-안 단일화 당시에도 격한 공방 끝에 안철수 후보 지지층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로 이동했던 경험이 국민의힘의 신중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22~23일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46.6%, 김문수 후보 37.6%, 이준석 후보는 10.4%였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단순 지지율 합은 이 후보를 앞서지만,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51.1%, 김문수 후보 43.9%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섰다.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할 때 김 후보 지지율은 6.3%포인트 오르지만, 이재명 후보도 4.5%포인트 오르며 결과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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