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다가오니 결국 고개 숙인 국민의힘, “탄핵 사과한다”

국민의힘이 6·3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12·3 불법 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반성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원론적 사과에 그쳤던 지도부가 이번에는 “국민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라고 고개를 숙였다.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던 기조에서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방향 전환으로 풀이된다.

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 윤희숙 원장은 지난 24일 21대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라며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이 ‘이기고 돌아왔다’라고 했는데 남은 것은 국민의 깊은 좌절과 외면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친윤계 정치인들을 향해서도 “권력에 줄 선 정치가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 25일 윤 원장의 연설에 대해 “전반적으로 취지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반복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라거나, 파면 직후 “송구하다”라면서도 실망감을 토로했던 기존 발언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강성 지지층 반발이 예상보다 약했고 오히려 중도층 표심이 중요해진 정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방향을 전환한 것은 다행”이라며 “여론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너무 늦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진작 나와야 했을 사과다. 탄핵부터 대선까지 6개월 중 4개월을 허비했다”라며 “만시지탄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보수를 지향하는 당이라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모습을 진작 보여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일부에서는 지도부 내 여전히 강성 지지층 의존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사과는 지도부의 공식 기조라기보다는 윤희숙 원장의 개인적 용기에 가까운 것”이라며 “영남권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지도부가 여전히 당을 장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