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1월 20일)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한화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이 수억 원대의 기부금을 낸 사실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관심 표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총 2억 3,900만 달러(약 3,400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 기업은 미국 선거법상 직접 기부가 금지돼, 대부분 현지 법인 명의로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국 기업 중 현대차는 ‘현대 모터 아메리카’ 명의로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가장 먼저 기부했고, 삼성전자는 ‘삼성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를 통해 31만 5,000달러(약 4억 5,000만 원)를 냈다. 한화는 ‘디펜스 USA’와 ‘큐셀 아메리카’ 명의로 각각 50만 달러씩 총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들 기업의 기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규제 정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화큐셀 등 7개 업체가 제기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반덤핑 청원을 수용, 동남아 우회 수입 제품에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백악관 투자 설명회에 참석했고, 한화 김동관 부회장도 취임식 전날 열린 VIP 전야 만찬에 초청됐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기부에는 정책적 실익이 걸려 있는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포드와 GM도 각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외국 자동차 기업 중 일본의 토요타만이 현대차와 함께 동일한 금액을 기부했다.
외교보다 경제가 우선인 트럼프식 리더십 아래, 한국 기업들도 ‘정중한 참여’라는 이름의 전략적 행보를 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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