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전세 10억 돌파
재건축 이주 본격화
경기 전세 매물 급감

경기도 과천시의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도 아닌 지역에서 25평(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이 10억 원을 넘기며 고점을 경신하고, 매물 부족 현상까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과천 지역의 대단지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과천 부림동 과천주공8·9단지에서는 최근 대규모 이주가 시작됐다. 두 단지는 통합 재건축 사업의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총 2,120가구가 이사를 준비 중이다. 이로 인해 과천 일대 전월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5% 상승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평균 상승률이 0.02%, 전국이 보합세(0.00%)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 전세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는 지난 4월 2일 10억 원에 전세 계약이 갱신되며 이전 6억 8.000만 원 대비 3억 2,000만 원이 오른 금액으로 신고됐다. 과천위버필드 전용 46㎡는 지난달 8억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2021년 고점을 회복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현재 과천시 전세 매물은 91건에 불과한데, 이는 3개월 전(124건) 대비 26.6%, 1년 전(461건) 대비 80.2% 감소한 수치다.

과천주공8·9단지는 향후 최고 35층, 총 27개 동, 약 2,830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르블리스’로 재건축될 예정이며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는다. 여기에 더해 과천주공5단지도 하반기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 전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지는 총 1242가구 규모로,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본격 이주를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써밋 마에스트로’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과천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이주는 인근 지역으로의 전세 수요 분산도 유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안양시 동안구 평촌 지역이다. 해당 지역은 학군과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실제로 동안구의 전셋값도 전주 대비 0.14% 상승하며 도내 평균을 웃돌았다.

이처럼 과천만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첫째 주(4월 7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하락해 5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인천도 -0.02%로 하락했고, 전국 평균은 –0.02%를 기록했다.
다만 과천시는 이러한 흐름과 달리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천의 매매가격은 0.19% 상승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KB부동산 자료에서도 과천은 0.74% 올라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과천 별양동 과천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23억 1,000만 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20억 2,000만 원)보다 약 2억 9,000만 원 오른 가격에 손바뀜이 이뤄졌고, 갈현동 푸르지오오르투스 역시 전월 대비 7억 5,000만 원 상승한 16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매매가격 상승까지 나타나면서 과천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 내 독특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시장 과열 조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11일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TF 회의를 통해 서울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현장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점검 대상에는 허위매물, 집값 담합, 부적절한 자금조달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상승세 둔화 속에서도 과천이 이례적으로 강세를 이어가는 데에는 입지적 이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해시설이 없는 환경, 그리고 학군 선호도가 높아 실거주 수요가 견조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체 주거지가 많지 않아 이주 수요가 한정된 지역 내로 집중되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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