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로 몰리는 MZ
코리빙 수요 급증
서울 아파트는 포기

서울 강남 지역 오피스텔 시장이 최근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고급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중대형 평형에 고가의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하고, 경기 침체 여파로 공실이 많아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준공 10년 이상 된 중소형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뛰어난 입지 덕분에 직장인과 학생, 외국인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긴 공실이 거의 없다. 입지가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공실이 생겨도 금방 임차인이 들어오고, 매물도 드물다”며 “집주인들도 급한 경우가 아니면 잘 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인근의 ‘벨라채'(2003년 준공)는 44~81㎡ 규모의 189세대로 구성된 오피스텔이다. 최근 기준 매매는 9건, 전세는 2건, 월세는 6건에 불과하다. 이 중 24㎡ 타입은 2억 2,000만 원 수준에 매물로 나와 있으며,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90만 원 정도다. 이 지역은 수도권 지하철 2호선, 신분당선 등 교통망이 뛰어나며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꾸준하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역세권에 월세가 저렴하니 금방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며 “회전율이 높아 수익 안정성이 뛰어나 집주인들도 계속 보유하려 한다”고 말했다. 매매가는 1억 7,250만 원~2억 7,000만 원 사이로, 자금 여력이 있는 MZ세대가 아파트를 포기하고 오피스텔에서 실거주를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는 너무 비싸 포기하고 오피스텔에서 마음 편히 살겠다”는 젊은 수요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위치한 ‘강남역리가스퀘어'(2012년 준공)는 총 198세대(55~92㎡)로 구성돼 있다. 현재 전세는 2건, 월세는 13건이 시장에 나와 있으며, 29㎡ 기준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110만 원 선이다. 이 지역 역시 직장인과 프리랜서 중심의 실거주 수요가 많고, 가성비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반면, 고급형 오피스텔 ‘루카831’은 총 337세대 중 202건이 월세로 나와 있다. 115㎡ 기준 보증금 5,000만 원 1억 원, 월세 400만~800만 원 수준으로, 중대형 평형대의 높은 가격이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고급 오피스텔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다만 IT업계나 미디어 업계 종사자, 전문직을 타깃으로 한 만큼 경제 회복 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에서 실속형 오피스텔이 MZ세대에게 대안 주거지로 자리 잡는 가운데, 최근에는 ‘코리빙(Co-Living)’ 주거 형태도 주목받고 있다. 코리빙은 커뮤니티 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형태로,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서울 내 코리빙 하우스는 7371가구로 9년 만에 4.7배 증가했다. 특히 2022~2024년 동안 연평균 22%의 임대 수요 증가를 기록했고, 2024년 임대차 계약은 전년 대비 29%나 급증했다.
국내 기업들 또한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MGRV(현대해상 계열), DDPS(SK D&D 계열), SLP(신영 계열), KT에스테이트 등 다양한 기업들이 코리빙 사업을 확장 중이며, 글로벌 운영업체인 위브리빙(Weave Living)과 코브(Cove) 등도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코리빙은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비해 높은 임대료와 좁은 전용면적, 공용공간 사용의 불편함이 단점으로 꼽힌다. 최규정 알스퀘어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 증가와 높은 PIR(주택가격소득비율)로 인해 서울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업무지구 인접 지역이나 대학가 중심으로 코리빙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코리빙은 MZ세대의 대안 주거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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