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영업이익과 연동한 ‘N% 성과급’을 요구하고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을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성과급과 공장 신설 등 기업의 경영 판단 자체는 노조와 의무적으로 교섭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초기업노조가 추진하려던 일부 교섭 의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월 공개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바탕으로 경영성과급과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을 담았다.

정부가 세부 기준을 마련한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이후 노동쟁의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충돌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는 노조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까지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노동부는 먼저 성과급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교섭 대상에 포함되지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성과급 요구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가나 투자자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설문에서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반대가 84%에 달했다며 이를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개정 노조법에 따라 근무지와 처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노조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다만, 정부는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공장을 신설하는 행위 자체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공장 신설이나 이전, 사업 매각과 인수 등은 기업의 경영전략에 관한 판단이기 때문에 그 결정 자체를 의무적으로 교섭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내년 단체교섭에서 다루겠다고 예고한 호남 공장 신설 문제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기 사실상 어려워졌다.
다만 기업의 경영 결정이 실제 노동자의 근로조건 변화로 이어진다면 교섭 범위가 달라진다. 사업경영상 결정과 이에 따른 근로조건 변동이 확정된 경우에는 고용안정 대책과 배치전환, 기존 근로조건 유지 등을 놓고 교섭할 수 있다.
기준은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지 여부다. 언론 보도나 추상적인 언급만으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수준이라면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 근로조건 변화가 확인돼야 관련 사안을 교섭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설비 등 신기술 도입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신기술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도입에 따라 직무나 근무형태가 달라지거나 정리해고·배치전환 계획이 구체화되면 근무시간 조정과 고용안정, 안전보건 대책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시행지침은 산업 대전환기 속에서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기준 및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여 현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노사분쟁을 예방하며 대화 촉진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이러한 법 해석·운영 과정에서 헌법상 노동3권을 확고히 보장하면서도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존중하는 균형있는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N% 성과급’과 호남 공장 신설을 교섭 의제로 제시하면서 불거진 논란에 정부가 구체적인 경계를 제시한 셈이다. 기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와 공장 신설 같은 경영 판단 자체는 의무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지만 실제 근로조건 변화가 확정될 경우 고용안정 대책이나 배치전환 등은 교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초기업노조가 내년 단체교섭에서 호남 공장 신설 자체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다루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이번 정부 지침이 향후 삼성전자 노사 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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