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사에 사과를 요구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는 사과 요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 송금 문제를 언급한 국무회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대통령은 보도 과정에서 발언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항의했지만, 정의당은 언론 보도보다 발언에 담긴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 번진 것이다.
28일 정의당이 이 대통령을 향해 제기한 요구는 명확했다. 언론사에 책임을 묻기에 앞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는 것이다. 김나율 정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해명이 발언의 취지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노동의 가치를 해외 송금 규모로 판단했다는 비판까지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갈등의 시작은 하루 전 국무회의였다. 농·축·어업 인력 부족 문제를 논의하던 이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전부 다 송금해 버리니까”라고 발언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국내 소비보다 해외 송금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이후 한겨레가 해당 발언을 ‘외국인 노동자, 국가 경제에 도움 안 돼’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자 이 대통령은 엑스(X)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이는 “‘도움이 안 된다’라는 말과 ‘크게 도움이 안 된다’라는 말은 ‘크게’ 차이가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정정 및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한겨레가 제목을 수정한 뒤에도 이 대통령은 변경 경위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내국인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국내 소비와 내수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비교의 전제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며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 이주노동자 폄훼해놓고 언론에 화풀이하지 마십시오”라는 말로 비판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 “내국인 노동자와 경제 기여도를 비교한 말이었다는 해명에도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깎아내리는 인식은 그대로”라고 짚었다. 기사 제목의 정확성과 별개로 대통령 발언 자체에 대한 책임을 물은 셈이다.

정의당은 노동자가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주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일한 대가이고 그 돈을 어디에 쓸지는 그들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농업과 제조업, 돌봄 현장 등에서 이주노동자가 맡는 역할을 해외 송금 여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비판은 정부의 노동정책으로도 향했다. 김 대변인은 “내국인 일자리를 늘리고 농어촌을 살리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임금 체불 및 산업재해 등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논평의 마지막에는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사과 요구가 담겼다. 김 대변인은 “언론사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에게 정부의 책임을 덧씌운 언사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대통령의 항의가 이주노동자 처우 문제로 되돌아온 모양새다.
이번 공방은 같은 발언을 놓고 서로 다른 쟁점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보도에서 빠진 단어가 발언의 의미를 바꿨다고 보는 반면, 정의당은 해외 송금을 경제적 기여의 잣대로 삼은 인식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의 추가 입장 표명 여부와 함께 이주노동자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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