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도 찾은 단지
삼성의 설계 역작
스파·펜트하우스까지

출처: 대한건축사협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삼성 래미안 이스트팰리스’는 2010년 준공된 아파트 단지로,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 도입 1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곳이다. 총 4개 단지, 2,939가구 규모로 조성된 이 단지는 당시 삼성의 주거 브랜드 철학과 건축 기술력을 총집약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공사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당 단지는 신분당선 동천역과는 거리가 다소 있지만, 조용한 산기슭에 위치해 있다. 역세권 신축 단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편이지만, 지난 2월 2단지 전용 273㎡가 35억 원에 거래되며 주목을 끌었다. 이는 2021년 최고가(27억 3,000만 원)보다 7억 7,000만 원 오른 수치다. 2021~2022년 고점을 기록한 후 일부 하락세를 겪기도 했지만, 실거주를 선호하는 수요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다.

래미안 이스트팰리스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기존 아파트의 획일성을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타워형, 일반형, 전원형 등 다양한 주동 형태를 통해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지를 넓혔다. 단지 내 중심 커뮤니티 시설은 다섯 개 블록으로 나뉜 대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학교, 상가, 공원 등은 ‘래미안 에비뉴’라는 유럽형 생활도로를 통해 이어진다.
건축 설계에는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참여했다. 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부,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샹젤리제 거리 풍경 디자인 등을 맡은 바 있으며, 이스트팰리스 외관과 내부 공간 디자인에도 기여했다. 단지 외벽에는 테라코타(구운 흙)를 사용해 일반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색감과 질감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단지 전체가 은은한 황톳빛을 띠며 차별화된 외관을 형성하고 있다.

가구 평면은 삼각형 구조 등 비정형적인 형태로 구성되었고, 입구를 제외한 모든 벽면이 창으로 설계돼 조망성과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모든 동에는 호텔식 로비가 갖춰져 있으며, 복층 펜트하우스와 테라스를 포함한 타운하우스형 주택 등 다양한 고급 주거 타입이 마련됐다. 일부 가구는 누드 분양 방식으로 공급돼 입주자가 내부 인테리어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 골프연습장, 연회장, 게스트 하우스, 실내 놀이터 등 커뮤니티 시설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으며, 4단지에는 전 입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스파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해당 스파는 수영복 착용 후 이용하는 방식이며, 가족 단위의 이용도 고려된 설계다.

입지 측면에서는 신분당선 동천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등 차량 이동 여건은 양호한 편이다. 2016년 동천역이 개통되면서 대중교통 접근성도 개선됐으며, 현재는 마을버스를 통해 역과 단지를 연결하고 있다.
이 단지는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본상을 수상하며 건축적 완성도도 인정받았다. 수상 배경에는 반복성과 밀도 중심의 아파트 설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 유형을 도입하고, 자연지형을 살려 조성한 조경, 커뮤니티 중심의 공간 구성 등이 있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생태와 인간을 고려한 설계와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강조했다.

이스트팰리스는 현재 용인 수지 일대에서 고급 아파트 단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서울 강남이나 서초에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이사 오는 사례도 있다. 인근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으로 인해 전세 수요도 일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거래량은 많은 편은 아니며, 가격 역시 고점 대비 다소 조정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단지가 실거주 목적에 적합하며, 주거 환경의 쾌적성과 단지 설계의 차별성으로 인해 특정 수요층의 관심을 계속해서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용하고 주차장 넓고 자연과 가까워 돈 있는 사람들이 주로 실거주 목적으로 많이 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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