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후보자를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입장 차이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22일 곧바로 “깊은 유감”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특히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 대법원장의 판단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인선을 둘러싼 대립도 이어지게 됐다.
청와대가 이날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권한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의 발표를 두고 제청권을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놓는 인식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이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논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경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주어진 임명권이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후임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대법관 공백 문제도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이미 6개월이 지났고 대법관 한 명이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공석이 계속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신속하게 재판받을 국민의 권리와도 이번 문제를 연결했다. 대법관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조 대법원장에게 공백 장기화 문제를 직시할 것을 요구했다.

청와대의 강한 반응은 조 대법원장이 같은 날 재제청 거부를 공식화한 직후 나왔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25일 만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보낸 재제청 요청 문서에서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라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충돌은 올해 초 시작된 후임자 선정 과정과 맞닿아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사법부가 적임자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최종 인선이 지연됐다.

공석이 계속되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 이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고 규정하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기존 후보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인물을 다시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에서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직접 만났지만, 이튿날 재제청 거부를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순방을 위해 출국한 상태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자리가 200일 넘게 공석인 가운데 청와대는 재제청을 요구하고 조 대법원장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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