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개그맨 황기순(63)이 오는 8일 방송을 통해 자신의 흑역사를 직접 털어놓는다.
오는 8일 밤 9시 40분 방송되는 MBN 예능 프로그램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44년 우정을 이어온 개그맨 황기순과 김정렬이 함께 출연한다. 방송에서 황기순은 “도박에 빠지면 일을 등한시하게 되고 잃어버린 돈을 되찾겠다는 본전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된다”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할 예정이다.
황기순은 충청남도 대전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개그맨을 꿈꿨지만 구체적인 데뷔 경로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지역 라디오 공개방송에 출연해 개그를 선보인 것이 계기가 돼 방송사 관계자의 눈에 띄었고이후 약 4개월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1982년 MBC 제2회 개그콘테스트에 참가해 은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척 보면 압니다”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고 전성기 시절에는 스케줄을 소화하기 벅찰 만큼 많은 행사와 방송에 출연하며 상당한 부를 쌓았다.

문제는 이른 나이에 찾아온 성공이었다. 그는 30대 초반 해외 공연 중 우연히 카지노를 접하면서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료 개그맨들과 어울려 가볍게 즐기던 수준이었으나, 판이 점차 커지면서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수억 원대 손실을 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방송과 행사 출연을 등한시하는 일이 잦아지며 업계 신뢰를 잃었고 자연히 일도 끊기기 시작했다. 빚을 만회해 보려 고향인 대전에 나이트클럽을 열었으나 이마저 사기를 당해 추가로 거액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결국 그는 “카지노에서 벌어서 갚으면 된다”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1997년 필리핀으로 원정 도박을 떠났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완전히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 시기 이혼까지 겪었다. 이듬해인 1999년에는 해외 원정 도박 및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필리핀 현지에서 보낸 시간이다. 그는 수년간 귀국하지 못한 채 현지에서 사실상 노숙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 동료 개그맨들이 그를 찾아 필리핀까지 직접 찾아갔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의 사정은 훗날 한 시사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며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 해외 도박사범 사면 조치와 동료·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귀국길에 올랐고, 다시 국내 방송과 공연 무대에서 활동을 재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귀국 이후 그는 여러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과 공연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몇몇 동료 개그맨들의 도움이 특히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05년 재혼했고 2009년에는 늦둥이 아들을 얻었다. 활동 초기에는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개그 소재로 삼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방향의 활동을 모색해 왔다.
이후 그는 코미디 활동 외에도 본인 명의의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여러 체인점을 운영할 만큼 안정적인 사업가로도 자리를 잡았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며 꾸준히 손님을 모았고 이 때문에 젊은 세대 손님 중에는 그가 한때 유명했던 개그맨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졌다.
방송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 도박 문제를 겪었던 동료 개그맨과 함께 도박 중독 치료 강연을 위해 카지노를 다시 찾은 적도 있는데 오랜만에 방문했음에도 도박에 대한 유혹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그는 2016년부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공익광고의 메인 모델로 발탁돼 지상파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췄다.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는 한 지상파 채널의 전국 시장 소개 코너에 고정 출연했고 2015년부터는 약 8년간 아침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패널로 매주 얼굴을 알렸다. 최근까지도 예능 프로그램과 감정 프로그램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를 지키고 있다.

황기순은 필리핀에서 숨어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며 “반성과 후회를 수도 없이 했다. 미안하고 죄송한 심정에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지난날에 대한 참회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고 있음을 전할 예정이다.
방송에서는 진행자 김주하와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된다. 김주하는 과거 도박 문제 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황기순이 자신이 진행하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을 회상할 예정이며, 이에 김정렬은 “개그맨 최초로 뉴스에 나온 개그맨 1호 황기순”이라고 언급한다. 황기순은 당시를 떠올리며 “김주하 씨가 따뜻하게 품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말한다.
재기에 성공한 이후 황기순의 행보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도박 중독 예방 캠페인의 얼굴로 나서는 한편, 오랜 기간 나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2년 자전거 국토대장정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휠체어 52대를 전달한 것을 계기로 ‘사랑더하기’ 거리 모금 행사를 시작했고 코로나19로 활동이 중단됐던 2021년을 제외하면 20여 년간 꾸준히 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모인 누적 성금은 7억 4,000만 원에 달하며, 휠체어 2,500여 대는 물론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비·의료비, 연탄 등의 지원으로도 이어졌다.
전성기의 인기, 몰락,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친 재기까지 굴곡진 삶을 살아온 황기순이 이번 방송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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