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10년 넘게 이어진 이혼 소송이 사실상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 법원이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이제 남은 것은 양측의 선택뿐이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도 재상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다시 받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세기의 이혼’은 이번 판결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지난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 원과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연 5%의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기존 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뒤 다시 열린 파기환송심 결과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한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양측 모두 판결을 받아들이면 오랜 법적 분쟁은 종료되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재상고할 경우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측의 재상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지원금은 노 관장의 기여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혼인관계 파탄 이전 최 회장이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증여한 주식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9,440억 원의 재산분할금이 인정된 점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산분할 산정 기준도 쟁점이다. 재판부는 SK㈜ 주식 가액을 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당시 주가는 약 16만 원 수준이었지만, 선고일인 지난 24일에는 약 63만 원으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 회장 측은 주가 상승분을 재산분할 대상에서는 제외하면서도 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반영한 판단이 적절한지 다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관장 측 역시 재상고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는 재산분할 비율이 35%였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33.3%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SK㈜ 주가 상승을 고려했음에도 자신의 재산분할 비율이 줄어든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재산분할 비율은 재판 과정에서 계속 조정됐다. 1심은 최 회장 60%, 노 관장 40%로 판단했고, 항소심에서는 65% 대 35%로 변경됐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66.6%대 33.3%가 적용되면서 노 관장 측 비율은 이전보다 더 낮아졌다.
양측이 재상고를 하지 않는다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재상고 기한은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다. 현재까지 양측 모두 판결문을 수령하지 않았으며 통상 2주 안에 송달이 이뤄지는 만큼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는 재상고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지급이 지연될 경우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가 붙으며 하루 이자만 약 1억 3,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아직 재상고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선고 직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고, 노 관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1988년 결혼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당시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가 2세의 결합으로 ‘세기의 결혼’이라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고 이후 시작된 이혼 소송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이제 남은 재상고 여부가 오랜 법적 분쟁의 최종 결말을 결정할 마지막 절차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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