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위 크래프톤
게임이 식품 제쳤다
글로벌·기술력·효율성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2025년 1분기 수익성이 가장 높은 중견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비즈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2025년 1분기 결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는 크래프톤으로 무려 52.3%에 달했다. 이는 100원어치 상품을 팔았을 때 52원이 이익으로 남는 구조다.
크래프톤은 올 1분기 매출 8,741억 원 영업이익 4,572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회사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인기에 더해 지난 3월 출시된 신작 ‘인조이(inZOI)’의 초반 흥행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게임산업 특유의 수익 구조도 크래프톤의 고수익성에 기여했다. 게임 개발 초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일단 성공하면 이후 유지·운영 비용이 제조업 대비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PC 콘솔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흥행을 지속 중이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인도 시장에서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또한 크래프톤은 사용자가 게임은 무료로 즐기되 아이템 구매나 후반 레벨 플레이 등 일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부분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수익 모델은 운영 비용 대비 높은 매출을 가능하게 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익성 2위는 중견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가 차지했다. 1분기 매출 1,473억 원 영업이익 696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47.2%를 기록했다. 한미반도체는 고(故) 곽노권 창업주의 장남인 곽동신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용 ‘TC 본더’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관련 장비 수요가 급증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대당 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고가 장비의 특성상 소수 판매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의 협력 관계에서 갈등이 불거진 점은 향후 변수로 지목된다.

3위는 또 다른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다. 1분기 매출 1,619억 원 영업이익 54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3.8%였다. 김가람 대표가 이끄는 더블유게임즈는 소셜 카지노 게임 ‘더블다운카지노’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소셜네트워크 기반으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하며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4위는 식품기업 삼양식품으로 1분기 매출 5,290억 원 영업이익 1,339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25.3%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2012년 선보인 불닭볶음면 브랜드의 글로벌 흥행을 바탕으로 중국 미국 동남아 시장 등지에서 수출이 많이 늘어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현지 입맛에 맞춘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 의존도가 높다.

5위는 작물보호제·비료 제조업체 경농이다. 1분기 매출 1,367억 원 영업이익 336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24.5%를 나타냈다. 1955년 고(故) 이장표 회장이 설립한 경농은 현재 차남인 이병만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으며 대구와 울산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운영하고 있다. 농번기를 앞둔 1분기에 비료 살충제 등 농자재의 수요가 집중되며 실적이 상승했다. 여기에 스마트팜 등 농업의 디지털화 흐름에 발맞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수익성 상위 5개 중견기업은 각기 다른 산업군에 속해 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해외 시장 개척, 차별화된 기술력, 생산 효율성 강화다. 크래프톤과 삼양식품은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했으며 한미반도체와 경농은 오랜 사업 경력을 바탕으로 자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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