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집 판다
강남도 흔들려
노년층 매도↑

“최근 다시 집값이 오르면서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고령자 집주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서초구 반포동은 2020년 집값이 연간 20.48% 급등하면서 ‘세금 폭탄’을 맞았던 지역으로 꼽힌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6년(26.76%)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단순히 집값이 오르면 이득일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이 많이 뛴 지역일수록 세 부담이 커진다.

한경닷컴이 우병탁 신한은행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세무사)에게 의뢰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반포동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는 1년 사이 크게 상승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의 경우, 2019년 보유세는 1,534만 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2,726만 원으로 1년 만에 1,192만 원(77.71%) 급증했다. 같은 단지의 전용 84㎡는 2019년 908만 원에서 2020년 1,359만 원으로 49.66%, 반포자이 전용 84㎡ 역시 740만 원에서 1,106만 원으로 49% 이상 상승했다.
강남구의 다른 아파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보유세는 2019년 669만 원에서 2020년 1,017만 원으로, 도곡동 도곡렉슬 120㎡는 627만 원에서 918만 원으로 1년 만에 세금이 50%가량 올랐다. 세금 부담이 커지자 은퇴한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사례가 늘어난 바 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부동산 시장이 다소 안정되면서 보유세 부담도 줄었지만, 최근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세금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올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의 보유세는 2,841만 원으로, 지난해 2,153만 원보다 34.75%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48.53% 상승한 수치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올해 보유세가 1,315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9.78%, 2023년보다 58.91% 증가했다. 반포자이 전용 84㎡는 1,274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29.96%, 2023년 대비 44.76% 올랐다.
강남구의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올해 보유세가 1,046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9.51% 증가했고, 도곡렉슬 전용 120㎡ 역시 852만 원에서 1,070만 원으로 29.4% 올랐다.

이처럼 보유세가 급등하자 고령자 소유자들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매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법원부동산 등기 정보 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매도인 중 70세 이상은 21.1%, 60~69세는 20.7%로,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41.8%를 차지했다. 반면, 40~49세와 50~59세 매도인은 각각 24%, 25%로 합계 49%였다.
같은 기간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매수인 중 40~49세와 50~59세는 각각 34.2%, 22.5%로 합계 절반을 넘는 56.7%에 달했다. 이에 비해 60~69세는 9%, 70세 이상은 5%에 그쳤다. 고령자들이 집을 매도한 뒤 다시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남구만 따로 보면, 매도인 중 60~69세는 22.2%, 70세 이상은 25.5%였던 반면, 매수인 중 이 연령대는 각각 8.7%, 5.6%에 불과했다. 고령자들이 강남 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하고도 다시 주택을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강남 3구의 경우 집값 상승 폭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며 “은퇴한 고령자들의 경우 세금 문제로 집을 매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40~50대는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과 상급지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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