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로 불리는 장명숙 씨
1978년 이탈리아로 유학 떠나
유튜브로 ‘제2의 전성기’ 맞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돌체 앤 가바나’는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1985년 론칭한 명품 패션 브랜드다. 두 사람은 모두 이탈리아 출생으로 한국과는 전혀 연이 없을 것 같지만, 도메니코 돌체와 동시대에 함께 수학한 한국 패션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바로 ‘밀라논나’라는 예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장명숙 씨다. 1952년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태어난 장명숙 씨는 예뻐지고 싶어서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여러 매체에서 “옛날에는 요즘과 다르게 얼굴이 작고 입술이 도톰하고 입이 크면 못생긴 애였다”라며 “어렸을 때 못생겼다고 구박을 받았다”라고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후 발렌티노의 창시자인 발렌티노 가라바니에게서 영감을 얻은 장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78년 최초로 이탈리아에 패션 디자인 유학을 떠났다.

장 씨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인 ‘이스티튜토 마랑고니 밀라노(Marangoni Fashion Institute Milano)’에서 수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는 수십 년 전부터 패션의 명문으로 익히 알려져 있어 전 세계의 많은 학생들이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찾는 학교이다. 이 학교에는 돌체앤가바나의 창시자인 도메니코 돌체와 모스키노의 창시자인 프랑코 모스키노가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온 장 씨는 대학 강의, 국립극장ㆍ국립국악원 무대 의상 자문, 대형 패션 회사 고문 등으로 활약했다. ‘국민 타자’로 불린 야구선수 이승엽의 연봉이 2,000만 원이던 당시 장 씨는 ‘억대 연봉’을 받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86년에는 아시안 게임 개·폐회식 의상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디자인료’에 대한 인식이 생소할 때였는데, 장 씨는 의상 예산에 디자인료가 빠져 있자 이를 당당히 지적하고 “이 옷들은 제가 찢어 버리든지 하겠다”라며 디자인료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정 씨는 대한민국 예비비에서 공식적으로 디자인료를 받은 첫 디자이너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정 씨는 마랑고니에서 수학하며 쌓은 이탈리아어 실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1990년대 ‘살바토레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의 명품들을 최초로 한국에 론칭했다. 정 씨는 이 같은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삼풍백화점의 해외명품 담당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는 ‘백화점 이탈리아 명품관 조성’의 시초가 됐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장 씨의 인생은 1995년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전환점을 맞았다. 부실 공사가 원인인 이 사고는 502명의 사망자, 6명의 실종자, 937명의 부상자를 내면서 대한민국 단일 사건 중에서는 최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당시 장 씨는 출근하지 않았던 탓에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 그는 화요일, 목요일에는 한양대와 동덕여대 등의 대학에서 강의하고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만 백화점에 출근하는 생활을 했는데, 삼풍백화점이 장 씨가 출근하지 않는 목요일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만, 장 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삶의 부채감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사고 이틀 뒤 다른 백화점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보내 왔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지난 21일 EBS, E채널 공동 제작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 출연해 당시를 떠올리며 “100일 동안 기도한 뒤, 이타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현재까지도 본인이 벌어들이는 유튜브 수익, 인세 등을 기부하며 이 같은 결심을 실천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장기기증을 위해 식습관까지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전직 문화 코디네이터이자 패션 컨설턴트로서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간의 교류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2001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명예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또한 2019년에는 유튜브 ‘밀라논나’ 채널을 시작해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해당 채널은 2022년 장명숙 씨가 유튜브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과 함께 한동안 업로드가 되지 않았으나, 2024년 활동 복귀를 알리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25년 5월 26일 기준 현재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에는 162개의 동영상이 게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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