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14% 넘겨
임대료는 여전히 고가
건축물 진입장벽

“1층 대로변에는 코로나 이후 공실로 남은 곳이 많습니다. 통임대 계약이 만기된 후 새로운 업종이 들어오지 못한 채 비어 있는 점포가 대부분이에요. 이면도로 쪽도 기본 권리금이 3,000만~5,000만 원 정도로 형성돼 있는데, 장사가 잘 안 되는 걸 아니까 쉽게 들어오려 하지 않죠.” (이태원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2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역 삼거리 일대. 이태원을 대표하는 중심 거리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적힌 간판이 여럿, 눈에 띄었다. 명당으로 불리는 대로변 1층 상가조차 비어 있는 곳이 적지 않았고, 골목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공실이 많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규모가 큰 중대형 상가들의 경우, ‘점포 정리’ 문구와 함께 내부가 비어 있는 채 어수선한 상태인 곳도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태원 지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44%로, 서울 주요 상권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종로(7.73%), 압구정(2.79%), 홍대·합정(10.59%)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으며, 최근 몇 년간 공실 문제가 심각했던 강남대로(12.55%), 신사역(14.27%), 명동(11.24%), 신촌·이대(14.27%)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공실률이 19.91%에 달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다소 나아졌음에도 여전히 15%에 가까운 공실률을 보인다.
상권 전문가들은 이태원이 한때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그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진단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이제 대세 상권은 성수 등으로 옮겨갔다”며 “이태원과 경리단길 일대의 건물주들이 과거 전성기 시절 임대료를 대폭 올렸지만, 현재까지도 그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규 입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상권 성격 약화 등도 이태원 상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임대료 수준도 여전히 높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역별 중대형 상가 임대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이태원은 1㎡당 5만 7,000원으로, 신촌·이대(5만 8,0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잠실·송파(4만 9,000원), 왕십리(4만 5,000원), 양재역(4만 2,000원) 등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치다.
임대가격지수 또한 지난해 2분기(100)를 기준으로 올해 1분기 100.9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해 4분기(100.5)와 비교해도 상승했다.

건축물 구조적 문제도 상권 침체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지역에는 증축된 건물이 많아, 통상적으로 허가받기 어려운 업종인 카페나 음식점 대신 옷가게 같은 판매 시설이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며 영업해 왔다. 하지만 상권이 침체하면서 이러한 판매 업종들도 하나둘씩 철수하고 있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철문으로 도로 쪽까지 튀어나온 불법 증축 건물이 많은데, 이런 곳은 카페나 음식점은 입점할 수 없고, 판매시설만 가능하다 보니 업종 제한이 심하다”며 “대로변 상가 중에서도 이런 형태가 많아, 새로운 업종이 들어서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전용면적 150㎡ 기준으로 1층 상가 월세가 1,2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대까지 형성돼 있다“며 “외형상으론 깔끔해 보이지만, 오래된 무허가 증축 건물들이 많아 구청 허가가 필요한 요식업은 들어오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이태원역 대로변 핵심 상권이 위치한 이태원1동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점포 수는 1,676개로 전 분기보다 5개, 전년 같은 분기보다 13개 줄었다. 유동인구 역시 같은 기간 4만 3,8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명 감소했다. 업종 분포도 일반의류 등 소매업에 집중돼 있으며, 다양성이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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