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론 반등 중
정치 이슈에 출렁
인프라 부족이 변수

“세종시 아파트값이 수억 원 올랐다고요? 글쎄요. 아직 고점의 절반도 회복 못 했어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이 언급되면서 세종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상승했지만, 시장 전반의 회복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1월까지만 해도 월 300건 안팎이었지만, 3월에는 781건으로 급증했고, 4월 들어서도 700건을 넘긴 상황이다. 미신고된 가계약 물량까지 포함하면 1,000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 등으로 촉발된 기대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개업소에서는 급매물 소진 이후 호가만 오른 상태에서 매수세가 위축돼 거래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고 전한다.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탄핵 정국 전후로 3~4주 사이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이후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평형 아파트에서 수억 원 오른 신고가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단지는 기존 대비 수천만 원 수준의 회복에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 중흥S클래스센텀뷰는 전용 84㎡와 140㎡가 각각 8억 8,000만 원, 15억 6,000만 원에 거래돼 이전보다 5,000만~6,500만 원가량 오른 가격을 기록했다. 나성동 제일풍경채위너스카이 전용 88㎡는 직전 거래보다 1억 1,000만 원 오른 9억 6,000만 원에 거래됐다. 새롬동 투머로우시티 전용 59㎡ 역시 신고가인 4억 5,000만 원에 계약됐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최고가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다수다.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 전용 96㎡는 이달 초 7억 6,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최고가인 15억 원 대비 49% 낮은 수준이다. 대평동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 99㎡ 역시 과거 최고가보다 40% 하락한 8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 한 달간 최고가 대비 30~5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된 사례는 수백 건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최근 1년 넘게 이어졌던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4월 중순 기준으로는 전주 대비 0.23% 올라, 강남 3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 이슈에 따른 단기적 반등이라는 해석이 많다. 2020년에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세종 아파트 가격은 1년 새 45% 가까이 급등했지만, 이후 4년 연속 하락을 기록한 바 있다.
어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크게 하락하며 분양가 수준까지 내려가자, 실수요자들이 먼저 움직였고, 이후 정치적 이슈로 투자 수요까지 가세했다”며 “하지만 급매물 소진 후 호가만 올라가고 거래는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종시 아파트 매물은 한때 1만 건을 넘겼지만, 최근에는 8,000건대로 줄었다.

공인중개사들은 거래가 줄고 있는 이유로 가격 격차를 꼽았다. 급매물과 신고가 거래, 그리고 현재 호가 사이의 차이가 커지면서 시장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가격 급등락에 대한 학습효과로 매수자들의 신중함도 커졌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 집값이 급등할 때 샀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후 가격이 급락해 담보대출 상환을 요구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이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나성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국회나 대통령실 이전이 언급되더라도 구체적인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고, 일자리나 상업시설 같은 실질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 중심의 기획도시로, 민간기업이나 문화·상업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상업시설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주요 정치 행사가 서울에서 열릴 때마다 세종에 사람이 비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인구도 40만 명 선에서 정체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 연계 산업과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행정 기능 외의 지역 기반 사업을 확대하고, 대전·청주·오송 등과 연계한 산업벨트를 조성해 수요를 안정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직군 다양성 부족, 낮은 전셋값, 인구 정체 등으로 인해 투자 매력은 낮아졌고, 대선 이슈가 끝나면 다시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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