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자산도 수급
70% 기준의 함정
기초연금 개편 논의

기초연금이 더 이상 저소득 노인만의 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급자 중에는 중산층 노인도 적지 않으며, 일부는 10억 원대의 자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현행 제도의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은 단독가구 기준 월 228만 원이다. 이는 10년 전(93만 원)과 비교해 2.45배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증가율은 9.38%에 달한다. 같은 기간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156만 2,337원에서 239만 2,013원으로 1.53배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은 4.35% 수준이다.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의 증가 속도가 기준중위소득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수준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된다. 이를 선별하기 위해 매년 선정 기준액이 설정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사실상 전체 국민의 경제 수준보다 빠르게 높아지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들까지도 기초연금을 수령하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3년 말 기준으로,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자가를 보유한 가구 중 기초연금 수급자는 551가구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12억 원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에 해당한다. 또, 10억 원 상당의 자가를 보유하고 부부 합산으로 월 330만 원의 근로소득이 있어도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가 존재한다. 이는 기초연금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기초연금이 이처럼 넓은 층에게 지급되는 배경에는 ‘노인 70%’에게 지급하겠다는 정책 기준이 있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14년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 시절부터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이 정해졌고, 이 원칙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기초연금 적정성평가위원회는 “당시 정치적 합의와 공적연금 수급률이 낮았던 점을 고려해 70%라는 기준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도입 당시에는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의 비율이 70%에 이르렀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에 부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의 비율이 2022년 기준 46.6%까지 올라가면서 70%라는 기준이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은 기초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던진다. 현재 1,000만 명 수준인 노인 인구는 2035년 1,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수급자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이 노인의 실질적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의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방식은 노인의 개선된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정기준액을 기준중위소득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면, 보다 정교한 수급자 선별이 가능하며 절감되는 재정으로 기준연금액 자체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DI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8년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기준중위소득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기초연금 제도의 설계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며, 더 부유한 노인들까지 연금을 수급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 하위 70%가 저소득 노인이 아니라면, 대상자를 줄이고 줄어든 인원에 대해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다”며 “다만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하는 안은 국민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기초연금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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