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비 도입 추진
공인중개사 개업 최저
직거래 급증 영향

“봄 이사철 특수는 다 옛말입니다. 3, 4년 전만 해도 한 달에 10건 정도를 중개했는데 올해는 한 달에 1, 2건 수준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15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체감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개업계의 위기감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인중개사협회가 추진 중인 ‘임장 기본보수제’, 일명 ‘집구경비’ 제도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인중개사와 함께 부동산 매물을 보러 가는 ‘임장’ 활동에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반발이 크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인중개사는 단순 안내자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을 다루는 전문 자격사”라며 “임장 과정에서의 노동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매물을 둘러볼 경우 일정 금액의 임장비를 사전에 받고, 이후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제도화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는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개보수도 발생하지 않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단순히 집을 둘러보기만 해도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지역의 매물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 임장비가 누적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집도 안 샀는데 돈을 내야 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 “중개사가 계약 가능성이 낮은 고객을 선별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협회 측은 “상담과 안내 등 실질적인 노동에 대해 최소한의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은성 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제도개선과장은 “현행 구조는 중개사의 직업적 전문성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업계는 이미 악화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2,7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했다. 이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1분기(5,017명)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폐업하거나 휴업한 공인중개사는 3,175명으로, 개업자보다 더 많았다.

특히 1월 개업자는 871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925명), 3월(924명)에도 개업자 수는 소폭 늘었지만 1.000명을 넘지 못했다. 1분기 세 달 연속으로 개업자 수가 1.000명 미만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응시자는 14만 8,004명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밑돌았다. 2021년 27만 8,847명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자격증을 보유하고도 개업하지 않는 이른바 ‘장롱면허’ 현상도 뚜렷하다. 전체 자격증 소지자 55만 1,879명 중 영업 중인 중개사는 11만 1,613명(20.2%)에 불과하다.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직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 직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는 부동산 직거래 완료 건수가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만 9,451건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임장비가 부동산 직거래를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또 협회는 미국처럼 사전 매수 의향서 제출이 있어야 현장 안내가 가능한 시스템도 언급하며 제도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법 개정 논의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돈필 변호사(법무법인 건우)는 “임장 기본보수제는 중개사의 권익 보호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중개사와 소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투명성이 없다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호 회장은 “임장비는 단순한 비용 청구가 아니라, 신뢰 회복과 중개 질서 개선을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댓글2
마트에서 시식만 해도 돈 내야 하겠네...
중개비가 비싸니까 직거래하지. 미국처럼 제대로 된 집에 대한 정보를 줬으면 전세사기가 생기겠니? 사기꾼하고 협잡해서 사고를 내도 정신을 못차리니. 정직한 중개사들은 지금도 잘 거래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