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분양가에 16만 명 몰려
‘줍줍’ 무주택자만 가능
거주 요건과 제출 서류 강화

경기도 수원시에서 진행된 ‘줍줍(무순위 청약)’에 16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청약 경쟁률이 치솟은 가운데, 정부는 5월부터 무순위 청약 당첨자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 3월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북수원자이렉스비아’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는 총 16만 4,369명이 몰렸다. 전용면적 59㎡에는 7만 8,096명, 전용 84㎡에는 8만 6,273명이 신청했다. 단 2가구 모집에 16만 명이 몰린 것이다.
신청자가 대거 몰린 이유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전용 59㎡의 분양가는 4억 9,134만 원, 전용 84㎡는 6억 1,439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4년 전 분양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7억 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호가는 7억 5,000만 원까지 올랐다. 84㎡는 호가가 10억 원까지 형성된 상태다. 즉, 무순위 청약 당첨자는 적게는 2억 5,000만 원, 많게는 3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줍줍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러한 무순위 청약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무순위 청약 당첨자에 대한 자격 검증을 대폭 강화한다.
가장 큰 변화는 위장전입을 방지하기 위해 3년 치 병원·약국 이용 내역(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청약 당첨자의 주민등록증·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일부 당첨자들이 청약 가점제를 활용해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검증 절차를 도입한 것이다.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산해 84점 만점으로 계산된다. 이중 부양가족 점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일부 신청자들이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주소지를 조작하는 사례가 적발돼 왔다. 특히 서울 강남권 청약에서는 부양가족 점수 만점을 받은 당첨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도입하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확인 절차는 당첨자의 실거주 여부를 판별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병원과 약국 기록에는 의료기관명, 진료 일자, 진료 항목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로 해당 주소지에서 생활했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경우, 병원 기록을 통해 실거주 여부를 더욱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아프면 보통 가까운 병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의료기록을 위장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에서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한다. 지금까지는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거주 지역 요건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단위로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장이 지역별 여건에 따라 거주지 요건을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예를 들어, 세종시에서 무순위 청약이 나올 경우 세종시장이 “세종 시민만 신청 가능”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 반면, 미분양이 우려되는 지방에서는 거주지 제한을 완화할 수도 있다. 국토부는 “각 지자체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거주 요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무순위 청약이 특정 지역에서 과열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건강보험 요양급여 서류 제출 의무를 명문화할 예정이다.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단지부터 개정된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세부적인 일정은 향후 국토부의 발표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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