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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앞서갔다는 ‘정주영’의 당시 대선공약, 지금과 비교해보니…

이시현 기자 조회수  

1992년 14대 대선 출마
반값 아파트 공급·재벌 해체
“정치지도자로서의 적성 없어”

출처 : KBS
출처 : KBS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내란·탄핵 정국 속에서 국민의힘이 개헌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측은 오는 4~6월 사이로 전망되는 조기 대선 당선자의 임기를 차기 총선 시점인 2028년 4월까지로 맞추고, 4년에 한 번씩 중임제 대선을 치르면서 임기 2년을 채운 뒤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를 거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시민들의 이목이 차기 대선주자에 쏠리는 가운데 이들이 내세울 공약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대선 공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과거 ‘시대를 앞서갔다’라는 평가가 이어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대선 당시 공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정주영 회장은 지난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내 정치 역사상 대권에 도전한 최초의 재벌 총수로 기록됐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대권 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5공화국(전두환 정권) 아래서 힘들지 않았던 기업이 없겠지만, 아우 인영이가 옥고를 치르면서 창원중공업(두산중공업)을 강탈당했던 기막힌 사건은 잊히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출마 의지를 굳혔다.

즉, 정치권으로부터 이어진 압박이 정주영 회장의 정계 진출에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반값 아파트’ 공약을 비롯한 총 5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반값 아파트,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무상급식, 재벌해체, 국보법 폐지 등이다. 가장 먼저 정주영 회장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당시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국민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국민이 미국, 영국 국민 못지않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라며 국민을 위해 의식주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공약 역시 정치권의 반대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뚫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고속도로 복층화’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는 황당한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도전 정신을 강조해 왔던 정주영 회장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는 지지를 얻으며 역대급 공약으로 현재까지 회자하고 있다. 더하여 ‘재벌 해체’라는 공약 역시 정주영 회장이 재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다만, 현재 진보 진영에서 생각하는 재벌 해체와는 다른 의미의 재벌 해체다. 이는 정주영 회장이 당시 경제인이 정치까지 말아먹으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공약 중 하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의 폐지 역시 파격적인 공약으로 기억됐다. 이는 현재까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정주영 회장은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사항을 30여 년 전 먼저 떠올린 것이다. 이 외에도 당시 정주영 회장이 내세운 공약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면 무료 급식, 대학 입학 정원제 폐지, 여성부 설립 및 여성할당제 실시 등이 있다. 다만,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정주영 회장은 금전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며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양대 산맥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현재 내란 수괴(우두머리) 등 혐의로 구속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부동산 정책으로 청년 원가 주택 공급, 역세권 첫 집 주택 공급, 임기 내 250만 호 신규 주택 공급, 주택 공시가격 환원, 종합부동산세 폐지, 양도 소득세 개편, 취득세 부담 인하, 공공임대 주택 확충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즉,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이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적수로 꼽혔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부동산 공약으로 임기 내 주택 311만 호 공급, 부담제한 총량 유지 강화원칙에 따른 실수요자 보호, 과세이연제도 도입, 정책의 연속성 보장, 부동산 전담 기구 설치, 농지 투기 금지 등을 내세웠다. 즉, 이재명 대표는 기본 주택 제공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억제 등 주거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둔 공약을 내건 것이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정주영 회장이 주택 공급 확대와 농촌 개발을 통해 주거 안정성을 높여 서민 중심의 주거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더욱 포괄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기업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쌍용그룹의 전성기를 이끈 김석원 회장이나 현재까지 애경그룹을 이끄는 장영신 회장이 그 예다. 다만, 이들의 정치 활동은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주영 회장 역시 정권에 도전장을 내민 이후 IMF와 함께 그룹의 주력이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대규모 중화학공업 사업이 초유의 경기 불황을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은 기업가 정신으로 그룹의 위기를 그룹의 기회로 만들어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그룹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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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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