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밀라노 선언’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 복귀
첫 출장지 밀라노 선택해 화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에 이어 경영 일선에 5년 만에 복귀한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 기획 담당 사장이 첫 출장지로 밀라노를 선택하면서 아버지인 이건희 명예회장의 발언이 재조명받았다. 과거 이건희 명예회장은 밀라노에서 “삼성의 디자인은 아직 1.5류다”라며 지적했다.
올해 3월 삼성물산은 이서현 사장의 영입 사실을 밝히며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았던 업무 경험을 비롯해 삼성의 문화 사업 및 사회공헌 분야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물산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이서현 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경영에 손을 뗀 지 5년 3개월 만이다.
이서현 사장은 이건희 명예회장의 차녀로, 과거 삼성물산에서 미적 감각이 필요한 패션 및 광고 기획 사업을 오랜 기간 담당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격 회사다. 이서현 사장은 향후 삼성물산의 신사업 발굴을 비롯해 브랜드 통합 역할을 맡는다.
특히 이서현 사장은 경영 복귀 이후 첫 출장지로 밀라노를 택하며 화제 됐다. 밀라노는 삼성 경영에 있어 의미 있는 도시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4월 이건희 명예회장은 세계 패션과 디자인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요 사장단과 함께 디자인 경영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명예회장은 “삼성의 디자인은 아직 1.5류다”라며 사장단에게 디자인 혁신을 주문했다. 앞서 이건희 명예회장은 “디자인은 21세기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수가 될 것이다”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건희 명예회장의 이 발언은 ‘밀라노 디자인 선언’으로 불리며 오늘까지 회자되며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건희 명예회장의 ‘밀라노 디자인 선언’은 지금의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밀라노 디자인 선언’ 이듬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보르도 TV’는 와인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경쟁업체인 일본의 소니를 제치고 현재까지 18년 연속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1996년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정의했고, 시대에 따라 ‘디자인 아이덴티티'(DI)를 정하며 디자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삼성에서 ‘디자인’은 경영에 있어서 주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서울)을 포함해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인도 노이다, 일본 도쿄, 브라질 상파울루 등 전 세계 7곳에서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관련한 디자이너만 1,500명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들은 제품 디자이너와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전문가는 물론이고 심리학과 인지과학, 기계공학 등을 전공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가 모여 혁신을 주도한다. 특히 이중 지난 2005년도에 설립된 밀라노 분소는 소재와 컬러 연구를 집중적으로 담당한다.
한편, 올해 4월 밀라노를 찾은 이서현 사장은 당시 삼성전자가 참여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MDW)’에 공개 행보 없이 별도로 행사를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MDW는 가구·디자인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체의 최신 트렌드를 비롯해 아이디어가 집결하는 장소로 2,300여 기업이 참가하는 글로벌 최대 가구·디자인 박람회다.
미적 감각에 일가견이 있는 이서현 사장은 지난 1997년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주로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과 제일기획에서 역량을 펼쳤다. 이서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 2009년 제일기획 전무를 거쳐 지난 2010년 제일모직 패션사업 총괄 부사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2015년 12월부터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을 맡은 후 2018년 1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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