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가족 잡아넣던 ‘통제 불능 검사’…지금은 이렇게 지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일화
노량진수산시장의 사건 수사
1996년 신한국당 선거 출마

국내 보수정당의 명맥을 잇고 있는 한 국회의원은 과거 검사 시절 현직 대통령의 가족을 구속수감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해당 사건 이후 법조계의 ‘통제 불능 검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는 현재 대구광역시장을 맡은 홍준표 시장이다.

당초 홍준표 시장은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5선 국회의원, 재선 경상남도지사,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대표,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자유한국당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985년 사법연수원(14기)을 마친 뒤 청주지방검찰청에 초임 검사로 임관했다.

이 당시 청주지검에서 근무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연을 맺었으며 공무원 비리, 가짜 녹즙기 사건, 경찰관 뇌물수수, 물 먹인 소고기 납품업자 등의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주 지검 내에서 그는 김석휘 법무부 장관의 사돈이 행패를 부리자, 검찰 간부들이 없는 토요일 밤에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할 정도로 소신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어 1987년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으로 부임한 그는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 골재 채취와 관련된 동업 사기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시장은 해당 사건이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누나인 전명렬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정황을 확보해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내사 과정에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거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부지를 불하해 주겠다고 하는 등의 혐의까지 드러나자, 그는 전명렬을 조사하기 위해 소환 절차를 밟으려 했다. 다만, 안기부 간부들이 압력을 가하는 데 이어 담당 지청장마저 제지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준표 시장은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는 방법을 먼저 연구하자고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8년 노태우 정부의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부지청 특수부 검사로 부임한 그는 본격적으로 군부 정권에 대한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전두환의 매부가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려 하자 당시 청와대 대통령 친인척관리팀장인 서정희 치안본부 정보분실장이 해당 회사의 부동산을 가치보다 더 높은 값으로 강매하게 하고 받을 수익금보다 더 많이 지급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적발해 구속기소 한 바 있다.

여기에 전두환의 외조카인 김영도가 사기죄로 구속된 피의자의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사실을 적발해 구속기소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나갔다. 또한, 전두환의 형 전기환이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 이학봉 민정수석을 통해 당시 노량진수산시장의 사건·사고를 빌미로 서울시, 치안본부, 국세청, 감사원 등을 움직여 원 경영주에게 협박, 세무 조사, 보고서 조작 등의 수법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영권을 강탈한 사실을 적발하고 구속기소 하며 전 정권의 가족들을 줄줄이 기소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서는 홍준표 시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당시 노태우 정권이 5공 청산이라는 시대적인 상황과 상왕 노릇을 하려는 전두환에 대한 거부감으로 전두환의 권력형 비리를 척결할 필요가 있었던 시대의 흐름을 잘 탄 법조인으로 평가했다.

다만, 노량진 수산시장 사건에 노태우 정권의 실세들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는 사건을 적당히 덮으라고 홍준표를 압박했다. 그러나 홍준표는 정권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홍준표는 남부지청 특수부에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형사부로 좌천됐다.

이런 홍준표의 대쪽 같은 행보는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모델로 만들어지며 재조명받기도 했다. 권력형 비리에 정면으로 맞서 싸웠던 홍준표 시장은 이후 광주지검에서도 광주 조직 폭력배 국제PJ파 수사에 착수한다. 이에 그는 국제PJ파와 일본 야쿠자의 연대를 밝혀내고 현장을 덮쳐 일망타진하고 32명을 구속하는 공적을 세우며 199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 검사로 발령받게 된다.

이듬해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의 엄삼탁, 경찰청 치안감 천기호, 대전지방검찰청의 검사를 비롯해 노태우 정권의 책사 역할을 했던 박철언까지 구속기소 하며 검사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그는 1994년 법무부 특수법령과 동년 9월에는 국가안전기획부 파견이라는 형태의 좌천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만, 홍준표는 파견근무를 끝내고 법무부 특수법령과 복귀 직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파란만장했던 검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정치계에 입문했다.

한편, 정계 진출을 고민하던 홍준표는 처음에는 야당 입당을 고려했으나,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영입에 나서면서 여당으로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1996년 신한국당으로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송파 갑 선거구로 출마한 그는 통일국민당 조순환 후보를 꺾고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1999년 의원직을 상실당했다. 이는 동협의회 총무에게 약 2,400만 원의 선거운동비를 지급하고 사후에 허위로 지출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의 원심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이 추경예산 편성과 남북 경협 자금 승인의 조건으로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사면을 합의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돼 피선거권을 회복하게 된다. 이후 지난 2001년 복귀한 그는 5선 국회의원, 재선 경상남도지사,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대표,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자유한국당 대표를 역임하며 거물 정치인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광역시장에 당선되어 헌정사상 최초의 민선 복수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현재까지도 활발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