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차고 나와 한때 이재용을 뛰어넘은 주식 큰손, 결국…

카카오 김범수 의장
삼성 SDS 공채 출신
SM 시세 조종 의혹 구속

23일 오전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CA 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 위원장이 구속된 것으로 알려지며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시민들은 명실상부한 국민 IT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에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목이 쏠렸다.

당초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삼성 SDS 공채에 합격한 수재로 알려졌다. 삼성 SDS 입사 이후 윈도우의 가능성을 본 그는 당시 일반적이었던 프로그래밍 대신 윈도우와 C++ 언어 공부에만 매진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쌓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반년 만에 김범수 의장의 예견대로 변화한 컴퓨터 패러다임에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PC 통신 ‘유니텔’과 유니텔 전용 에뮬레이터 ‘유니원 2.0’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SDS의 입사는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삼성그룹에서 평생 가는 동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8년 말 김범수 의장은 당시 함께 재직 중이던 현 카카오 대표 남궁훈과 함께 PC방 창업에 성공한 이후 삼성 SDS에서 퇴사하고 한게임을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게임의 경우 고스톱, 바둑, 장기 등의 보드게임을 보유해 빠르게 PC방을 장악해 나갔고, 오픈 3개월 만에 100만 명의 회원을 유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이런 빠른 성장세와 달리 한게임의 오픈 초기 직원 수는 20여 명에 불과해 하루 10만 명씩 증가하는 회원들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을 삼성 SDS 동기인 이해진 사장의 네이버와 합병시켜 NHN 공동대표가 됐다.

이는 당시 네이버가 검색 엔진으로,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받은 상황이었으나 해당 자본을 활용할 트래픽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결국 인수합병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IT 업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실제로 한게임 사용자와 네이버 검색 엔진의 시너지는 대단한 수준을 자랑했다. 네이버의 경우 한게임의 안정적인 매출을 토대로 검색 엔진 사업을 공고히 해나갔고, 결국 2004년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검색엔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그러나 NHN이 승승장구하던 2007년 급작스럽게 김범수 의장이 미국 지사로 떠남과 동시에 8개월 뒤 가진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의장은 이후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3년 간의 휴식 기간을 거친 그는 지난 2010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 당시 개발된 프로젝트는 그룹형 커뮤니티 서비스 ‘카카오 아지트’를 시작으로, ‘카카오톡’. ‘카카오 수다’ 등이 있다.

특히 이중 카카오톡은 전국민적인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유료 메시지 서비스에 불만을 느꼈던 소비자들이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출시 하루 만에 앱스토어 1위를 달성했고, 6개월 뒤엔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서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이 개발자 두 명과 기획자, 디자이너 총 4명이 단 2개월에 걸쳐 만든 앱이라는 점이다.

다만 카카오톡이 무료 서비스였기 때문에 수익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김범수 의장은 2010년 ‘선물하기’ 기능을 출시해 사업을 확장하고 2011년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내세우며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었다.

이어 2012년에는 자회사 카카오 게임즈를 만들어 애니팡 외 8개의 게임을 출시했으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가며, 2014년 다음과 손을 잡게 된다. 합병 이후 다음 카카오는 매출 8,89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이 42%나 늘어나는 등 성공적인 인수합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카카오의 호조로 김범수 의장 역시 ‘재벌’ 반열에 올라 지난 2021년 블룸버그의 조사에서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 가치를 뛰어넘기도 했다. 당시 김범수 의장의 순 보유 자산은 약 15조 4,000억 원 수준으로 이재용 회장의 13조 9,000억 원 순자산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명성이 현재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심리를 진행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가 23일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에 이어 김범수 창업자마저 ‘SM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되게 됐다.

카카오의 악재는 지난해 2월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발단됐는데, 당시 카카오는 SM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발굴 노하우, 사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든다는 구상을 두고 있었다.

현재 검찰 측은 카카오가 SM 인수 당시 경쟁사였던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띄우는 ‘시세 조종’에 나섰다는 의혹을 두고 수사 중이다. 이에 카카오가 김범수 의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