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려내라”…글로벌 경쟁 밀린 K반도체에 정부가 쏟은 역대급 ‘금액’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격돌
정부, 반도체에 10조 지원
민관 협력하여 재원 출자

최근 한국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지난 10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에 반해 오는 2032년 현재 17%에서 19%로 단 2% 성장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해당 분석은 한국이 절대강자로 꼽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점유율 확대가 눈에 보이게 증가하겠지만, 이를 제외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등에 크게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10㎚(1㎚=10억분의 1m) 이하의 나노 단위로 세밀한 기술력이 필요한 부문에서 주요국이 치열하게 경쟁 중으로 한국의 입지가 더욱 약화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위기를 느낀 걸까. 한국 정부에서도 반도체 주요국에서 주로 벌이는 첨단산업 유치 전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각국 정부는 반도체 시장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등 반도체 시장의 패권과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민간 펀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우선 반도체 생태계의 약점인 부분에 투자를 밝혔다.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약점으로 꼽히는 부문은 부품·소재·팹리스(설계)·장비다. 정부는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와 R&D(연구개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을 공개했다. 

정부가 해당 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10조 원으로 방산 무기 하나를 개발하는 금액과 맞먹는다. 

지난 5월 10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최상목 장관은 경기도 화성 소재 반도체 장비업체인 HPSP에 직접 방문했다. 해당 장소에서는 반도체 수출기업 간담회가 열렸는데, 이날 최 장관은 반도체 시장을 향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라며 “소부장, 팹리스를 비롯해 각종 제조시설 등 반도체 전 부문에 대하여 설비투자 및 R&D를 지원에 10조 원 이상 규모의 재원을 들인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더하여 최 부총리는 “민간과 정책금융기관 간 공동 출자를 통한 펀드 조성 및 산업은행 등을 통해 재원 출자를 진행할 것이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라며 “조만간 세부 대책을 구체화하여 공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투자에 대한 재원 출자에 관해서 정부의 재정이 한정적인 만큼 막대한 비용의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시장에 알맞은 금액을 맞추기 위해 민간과 협력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산업은행 증자를 이용해 다양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 및 보증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적극적인 재원 지원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 민간기업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경우, 다른 기업들이 해당 시설을 대여하여 생산에 나서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분산돼, 기존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제품 제조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국을 필두로 일본까지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국가들은 첨단기업 유치에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 등 공격적인 지원 정책 투입하여, 주요 생산 업체를 국내에 잡아두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국은 기업에 보조금으로 한화 약 72조 등을 지급하는 등 가장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번 반도체 10조 지원과 더불어 정부는 K 칩스법으로 불린 조세특례제한법의 연장 소식도 알렸다. K 칩스법이란 전기차,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국가전략 기술 시설에 투자할 경우 세금 15~25%가량을 환급하는 제도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종료될 예정이었던 K 칩스법이 3년 연장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를 통해 국가전략 기술 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기업을 비롯해 학계 등 민간과 협력하여 국가전략 기술 연구개발과 세금 관련 정책 범위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에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미국은 주 정부까지 앞서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하게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용지를 제공하는 상황이다”라며 “첨단산업 유치 경쟁이 세계적으로 큰 격돌을 맞이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 정부에서도 나서서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대 황용식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경우, 그 여파는 국가적 위기에 빠지는 등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가 보조금 등 다른 경쟁국과 비슷한 선인 다양한 지원책을 폭넓게 구상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