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근황
주가조작 사태와 노동자 사망 사고
이무진 회장 지분 다 받은 부인
‘현대판 신데렐라’라 불리는 오너일가 사연을 가진 기업이 있다.
산업용 지관, 라이너 제조업을 영위하는 영풍제지의 창업주인 이무진 회장은 지난 2002년 장남 이택섭을 대표이사에 앉혀 기업 승계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순조롭게 가업을 잇는가 했더니 2012년 이무진 회장은 별안간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113만 8,452주(51.28%) 전부를 노미정 부회장에게 넘겼다. 이에 노 부회장은 영풍제지 지분 55.64%를 확보하면서 영풍제지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 전 대표는 이듬해 노 부회장 관련 충격적인 폭로를 벌였다. 그는 “노 부회장은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뒤 불법적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받아 쌍둥이 자녀를 낳았다”며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큰 충격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이무진 회장의 35세 연하 노미정 부회장은 이 회장과 불륜 관계를 시작했다. 노 부회장은 이 회장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을 받아 2009년 7월 쌍둥이 남매를 출산한다.
이후 이무진 회장과 혼인신고를 한 뒤 부동산 소유권을 받았고, 이어 지분까지 넘겨받은 것이다
노 부회장이 회사 경영에 큰 뜻이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그는 최대 주주 등극 3년 만인 2015년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영하는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회사에 650억원에 넘겼다. 이 매각으로 노 부회장은 총 73억의 배당금을 받았다. 노 부회장은 이후 노성현으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회사도 추후 대양금속에 영풍제지 지분을 매각했다.
경영권이 이리저리 넘어갔지만, 영업을 이어가던 영풍제지는 지난해 10월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린다. 10월 18일 영풍제지의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한 것.
앞서 4월부터 무상증자한 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 시기 영풍제지 측에서도 “뚜렷한 주가 상승 배경은 없다”고 해명했다. 주가 상승은 그해 9월까지 이어졌다. 무상증자 이후의 주가가 1만 3,990원이었는데 9월 8일의 주가는 5만 4,200원으로 약 4배 가까이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이때부터 일부 기사들과 투자자들로부터 영풍제지의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10월 18일, 전날에는 약 5만원에 달했던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여 하루만에 약 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 하한가 한방으로 많은 주식 투자자들은 여태껏 의심만 해 오던 영풍제지의 주가조작을 확신하게 됐다.
조사 결과 피의자 4명이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증권계좌 330여개를 이용해 영풍제지의 주가를 띄워 총 6,616억 원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내용을 발표하면서 ‘단일종목으로는 부당이득 규모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피의자 중 한 명은 지난달 술에 취해 강남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직원에게 신발을 던지는 등 폭행을 저지른 혐의도 있었다.
이후 그해 11월 2일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으면서 역대 최장 기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9일 기준 영풍제지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41% 오른 1,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엔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영풍제지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동에서 종이를 자르던 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휴일도 제대로 없는 맞교대 근무와 주 52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안전 책임자 등 영풍제지 직원 4명에게 형사 책임이 있다고 보고 지난 2월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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