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가장 관심 공약 ‘가상자산’ 관련
기업 50곳 중 70% 가상자산 제도화 필요
관련 사기와 여러 금융 범죄 해결은 국회의 몫
국내 50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권으로 품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규제 회색지대에 묵히지 않고 가상자산 산업을 온전히 인정하고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됐다고 평가한다.
아시아경제에서 최근 국내 주요 기업 50곳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 50곳 가운데 70%인 35곳에서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직접 관련이 있는 금융권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 기업들까지도 대체로 동일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매체는 디지털 자산이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자산으로 편입시키는 동향인 만큼 우리나라도 이러한 현상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했다.
기업들은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할 부분으로 ‘투자자 보호 강화(38%·복수 응답)’를 1위로 꼽았다. 은행의 예·적금과 자본시장의 주식, 각종 파생상품과 동일하게 거래소와 판매 주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나아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두 번째로 가상자산 법제화(22%)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절반 이상이 대답에서 제도부터 먼저 제대로 일궈내자고 응답한 셈이다. 이어 가상자산 투자 편의성(12%)도 고쳐가야 할 점으로 꼽았다.
여야도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인식하고 가상자산 업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22대 총선 공약으로도 내세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국내에서 거래가 금지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규정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보였다. 또 가상자산 현·선물 ETF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을 비롯해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 등을 세부 공약으로 선보였다.
이미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인정했고, 비트코인을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편입시킨 상황인 만큼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제대로 된 과세 인프라를 마련하고 시장을 성장시켜 가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힘에선 가장 먼저 가상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고 공적 과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약을 내걸었다. 오는 2025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도 법제화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합리적인 과세를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관련 규정부터 똑바로 손보겠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투자자 보호, 공시, 평가를 전담하는 가상자산 전담위원회 설치와 표준 공시제도 추진을 밝혔다. 더하여 가상자산 백지신탁 도입, 가상자산발행(ICO) 단계적 허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총선이 끝난 지금 업계 관계자들은 제22대 국회가 시작하고 가상자산에 내건 다수의 공약이 지켜질지 주목하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디지털 자산 가운데 특히 STO 같은 경우 기업의 경영에 있어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며 “유·무형의 자산을 통해 자금을 움직이고 이에 따른 각종 전문, 파생 인력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는 만큼 노동시장의 형태 또한 바꿀 수 있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가상자산 관련 사기와 여러 금융 범죄를 완벽히 뿌리 뽑기 위해선 정치권이 나서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해당 의견에 따르면 국회는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이른 시일 내에 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권만이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상자산을 포함한 악랄한 각종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려면 여야가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추진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가상자산의 발행이 상당히 높게 발생하고 거래 또한 다량 체결되는 만큼 각종 사기와 불법 행위도 팽배한 점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 피해를 촉발시킨 테라·루나는 ‘김치 코인’을 이용한 대표적인 금융 범죄에 포함된다.
김치코인이란 국내에서 발생한 코인을 뜻하며 해외에서도 고유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 전직 운동선수 등 인기 있는 인물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위너즈란 업체에서 스캠 코인(사기 가상자산) 논란으로 수사당국에 조사 받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에 여야가 내놓은 공약에는 이러한 법적 규제의 내용이 없었다.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부터 추진에 나서고, 비과세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단순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기를 유예하겠다는 내용이 첫 단계로 소개하기만 했다.
전문가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데 중점을 뒀을 뿐, 범죄자를 엄하게 처벌하고 사기 등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아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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