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로에서 발생한 맨홀 사고
결국 작업자는 이송 중 사망
운전자 측은 억울함 호소해
길을 걷거나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도로 곳곳에 있는 ‘이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정체는 바로 맨홀이다. 맨홀은 수도관로 내의 점검, 장해물 제거, 보수 등을 위해 장비 및 작업자의 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하 내 악취, 부패성 가스의 환기 등의 이유로 꼭 필요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맨홀이 주로 도로와 밀접한 곳에 설치되는 특성상 작업자들의 안전 문제가 따른다.
실제 국내 매체에서는 맨홀 작업자가 작업 중 지나던 차량에 부딪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연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운전자들이 맨홀에서 나오던 작업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과연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게 될지 의문이 드는데, 최근 알려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마주 오던 차량 비켜주다
맨홀 작업자와 부딪혀
지난달 20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아버지에게 죄가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차주 A씨의 아들이라 밝힌 제보자 B씨. B씨에 따르면 사건은 7월 29일 19시께 경기도 양평군의 한 농로에서 일어났다.
당시 A씨는 싼타페 승합차를 몰고 농로를 주행하다 흰색 트럭을 마주쳤다.
트럭은 A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후진해 길을 비켜줬고, 삼거리 부근에서 A씨는 방향을 틀어 전진했다.
그런데 이때 맨홀 밑 작업자가 A씨가 지나가는 시점에 밖으로 나오다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덜컹하는 순간에도 인지 못해
큰 소리 듣고 나서야..
이를 두고 B씨는 A씨가 맨홀 위를 지나기 전까지 전방을 주시했으나, 작업자가 그 밑에서 작업하고 있던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에서 A씨 차는 사고 순간 흔들렸는데, 그저 돌이나 도로에 있던 물건을 쳐서 흔들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을 인지한 건 마주 오던 승용차가 있어 후진하던 중 외부에서 난 큰 소리 때문이었다. 작업자를 맨홀 안에서 꺼냈지만, 병원에 이송하던 중 결국 사망했다.
이에 B씨는 “맨홀 뚜껑은 열려 있었다.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아무도 없어서 지나가다가 작업자가 올라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라며 “상대방 측에서는 합의를 안 하려는 분위기다. 늦게 구명하기는 했으나, 사고를 알게 된 순간부터는 정말 열심히 구하셨다”고 설명했다.
77세인 운전자의 인지력
탓하는 피해자 측
또한 B씨는 상대방 측이 A씨의 나이를 두고 문제를 삼았다고 말했는데, “아버지가 77세이다. 이를 두고 연세가 많아 인지력이 떨어져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다 사고를 냈다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상을 보면 운전 부주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이 때문에 인지력이 떨어진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라며 A씨에게 죄가 있는지 자문을 구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A씨 잘못이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트럭이 비켜주고 옆에 오토바이가 서 있어 시야가 그쪽으로 갔을 거라는 것이다”며 “그럼 맨홀이 닫혀있는지 안 닫혀있는지 구분이 가겠느냐. 운전자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맨홀 작업 시 주변에 라바콘을 세우거나 2인 1조로 작업했어야 했다. 검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이 있다”며 “합의하는 게 현실적이다.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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