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이 이미 복지 사각지대 관리 대상이었음에도 끝내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 공무원이 직접 가정 문 앞까지 찾아갔지만, 기초생활수급 신청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신청주의’라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위기 상황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울주군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가장 A 씨와 자녀 4명은 지난해 3월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에 포함돼 관리받고 있었다. A 씨는 당시 생활고로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 긴급 생계비와 주거 지원비 등 약 806만 원과 생필품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악화됐다. 개인 사정으로 A 씨는 영아를 포함한 네 자녀를 홀로 양육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어린 자녀들은 어린이집에 맡겼지만, 생후 5개월 된 막내는 직접 돌봐야 했다.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면서 건강 상태가 악화됐고 일용직 근로도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정의 유일한 수입은 매달 지급되는 아동수당과 부모 급여 약 140만 원이었다. 그러나 5인 가족의 생계비와 월 60만 원 임대료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생활고는 점점 심화됐고 인근 편의점에서 외상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편의점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외상으로 생필품을 구입하고 다음 달에 갚는 일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위기 징후는 분명하게 포착됐다. 건강보험료 100여만 원이 체납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행정복지센터는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족 지원 신청을 권유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한 현행 제도 구조가 장애물이 됐다.

A 씨는 상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거리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복지 담당자는 “물품 지원은 받아들이면서도 수급 신청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나이에 수급자가 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자체가 설득을 이어가던 중 비극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복지 제도가 존재함에도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지 못한 사례로 지적된다.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신청주의 중심의 현행 제도가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와 신청이 없으면 적극적인 지원이 어려운 구조가 위기 가구를 보호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확한 위기 상황이 확인될 경우 신청 절차 없이도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계자는 “제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신청 의사 부족으로 지원이 제한된 사례”라며 “자동 연계 방식의 지원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유사한 비극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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