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승강기 기업 쉰들러가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우리 정부가 완승을 거두면서 수천억 원 규모의 배상 부담을 피하게 됐다. 국제중재 절차에서 쉰들러 측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국가 재정에 미칠 수 있었던 부담도 사라지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국민 세금을 지켜낸 판결이라며 소송 대응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250억 원 규모의 배상 청구가 기각되며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지켜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소송을 끝까지 책임 있게 수행해 준 법무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라며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의 재산을 지키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분쟁의 배경은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투자에서 시작됐다. 쉰들러는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06년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4%를 확보하며 2대 주주 지위를 갖게 됐다. 당시 쉰들러는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여로 설명하며 장기 투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상황에서 현대그룹은 경영권 방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2003년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빠르게 확대하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쉰들러 측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 엘리베이터 사업부의 경영권을 쉰들러에 보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경쟁에서 물러나면서 해당 양해각서는 파기됐다.
이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2014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HMM)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가 회사 자체 필요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물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국내 소송에서는 쉰들러 측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2023년 3월 대법원은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약 1,7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지연 이자가 더해지면서 현 회장이 지급한 금액은 2,3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쉰들러는 국내 소송과 별도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 분쟁 절차도 제기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관련 사안에 대해 규제와 조사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쉰들러는 최소 2억 5,900만 스위스프랑, 우리 돈 약 5,00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약 3,200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쉰들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재판정부는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결과 금융 및 공정거래 당국의 조치가 국제법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쉰들러가 제기한 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중재 결과에 따라 정부가 부담했던 소송 비용도 일부 회수하게 됐다. 약 96억 원 규모의 비용을 쉰들러 측으로부터 돌려받게 되면서 재정 부담 역시 줄어들게 됐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국제투자 분쟁 대응 역량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배상 위험을 차단한 동시에 국제 중재 절차에서 정부의 대응 논리가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론스타(외환은행 먹튀)·엘리엇(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승소에 이어 쉰들러 ISDS에서 대한민국이 전부 승소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제가 법무부 장관(2022년 5월~2023년 12월 역임)으로서 최우선 순위로 어렵게 신설한 ‘국제법무국’ 소속 공직자들과 관계자들의 실력과 애국심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수년간 이어진 국제투자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정부의 국제 중재 대응 체계와 국가 법률 대응 역량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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