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 BYD에 판매량을 추월당하며 4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시장을 뺀 글로벌 무대에서 현대차그룹이 BYD보다 적은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62만 7,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41.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60만 9,000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11.8% 늘었지만, BYD의 급격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로써 BYD는 제조사별 판매량 기준 3위에 올랐고 현대차그룹은 한 계단 밀린 4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두는 폭스바겐이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60.0% 증가한 126만 6,000대를 판매하며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테슬라로, 판매량은 101만대로 집계돼 전년보다 10.7% 감소했다. 테슬라의 성장 둔화 속에서도 BYD와 폭스바겐은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며 시장 지형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BYD의 약진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기술력이 동시에 꼽힌다. BYD는 자체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특히 유럽에서는 헝가리와 터키를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했고,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지에서 현지 공장 신설과 증설을 병행했다. 상용차와 소형 전기차 중심의 라인업을 앞세워 지역별 수요 특성에 맞춘 전략을 구사한 점도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의 가파른 확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NE리서치는 아이오닉5와 EV3가 판매 실적을 견인했지만, 기아 EV6와 EV9,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등 기존 주력 모델의 판매가 둔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 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차 효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약 16만 6,000대를 인도했는데 향후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미 시장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만큼 관세 변수는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NE리서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일정 부분 완충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세 적용 범위가 완성차를 넘어 부품까지 확대될 경우 미국 내 조립 물량 역시 비용 압박을 받을 수 있어 라인업 구성과 가격 전략, 공급망 현지화 속도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이번 순위 변화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중국 밖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이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아니면 글로벌 전기차 주도권 경쟁이 중국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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