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탈원전에 일정 부분 공감해온 것으로 평가됐던 이재명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본격적인 국민 의견 수렴을 요청하며 결이 다른 접근에 나섰다. 이 대통령이 원전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양측의 충돌이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가운데 공론화를 주문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20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2회 국무회의에서 원전 관련 여론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는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에게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 그런 거죠”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장관은 긍정의 의미로 답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원전 건설이) 결론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것 아니냐”라는 항의성 반응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에너지 정책이 이념 대립으로 흐르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지시했다. 그는 “이념과 의제화해서 합리적 토론보다 정치 투쟁 비슷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논의 과정에서 투쟁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 기조 변화에는 에너지 수급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믹스 정책 토론회’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렇게(재생에너지로만) 하긴 쉽지 않습니다”라며 한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 구조와 지리적 특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동서 길이가 짧아 햇빛이 비추는 시간이 짧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원전 확대 논의는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도 직결된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반영됐으나, 이재명 정부는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과 이날에 걸쳐 두 차례 토론회를 개최해 향후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한 의견을 종합해 12차 전기본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동시에 김 장관은 “하반기에는 법정 계획으로 확정하겠다”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과거 김 장관은 탈원전의 불가피성을 언급해 왔던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최근 에너지 수요의 급증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정부는 국민 여론조사와 토론 결과를 반영해 원전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원전과의 병행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전 정책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에너지 정책 전반이 실용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상반기 중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하고 하반기 법정 확정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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