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해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한 뒤 성과로 홍보됐던 고려시대 유물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당시 국가유산청은 “협상에 물꼬가 트였다”라며 김 씨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강조했지만, 실제 협상 과정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3일 CBS노컷뉴스가 단독으로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실이 공개한 서신에 따르면 보스턴미술관은 지난해 10월 “사리구를 대여하려면 한국 측이 해당 유물에 대한 도덕적·법적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통보했다. 이는 반환은커녕 대여조차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셈으로, 한국 정부가 소유권을 공식 인정하지 않으면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사리구는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와 시민단체는 2009년부터 반환 협상을 벌여왔고, 역대 정부도 ‘사리와 사리구 동시 반환’을 원칙으로 지지해 왔다. 그러나 김건희 씨의 보스턴 방문 이후 협상이 ‘대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사리만 국내로 돌아왔고, 정작 핵심인 사리구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2월 “보스턴미술관 소유권을 공식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요구를 거부했지만, 동시에 교류 전시 형식의 대여 협력을 재차 요청했다. 이후 올해 3월에도 다시 협조를 요청했으나, 보스턴미술관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기헌 의원은 “국가유산청이 김건희 씨 업적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문화재 반환 원칙을 훼손했다”라며 “국보급 유물을 전시용품으로 취급한 안일한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리구 반환을 위해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협상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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