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둘러싼 남북 간 신경전이 정치권의 새로운 충돌로 이어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한 지 하루 만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해당 발언을 자신의 담화에 끌어들인 것이다. 김여정이 “한국의 관리 정동영이도”라며 정 장관을 직접 거론하자 국민의힘에서는 장관 탄핵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여정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DMZ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담화는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추진 상황을 비난하는 내용이 중심이었지만 지뢰 사건을 둘러싼 남측의 논쟁도 언급됐다.
김여정은 한국 내부에서 사고인지 도발인지를 두고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장관이 이번 사건을 북한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전날 국정감사 내용을 자신의 주장에 활용했다.
문제가 된 정 장관의 발언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당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정 장관이 지뢰 폭발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북한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예”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북한이 설치한 지뢰로 우리 군이 피해를 입은 만큼 이를 공격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의적인 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 의원은 지뢰가 사람을 살상할 목적으로 설치되는 무기라는 점을 들어 정 장관의 답변에 반박했다. 정 장관은 지뢰 자체의 살상 목적과 이번 폭발이 의도적인 공격이었는지를 판단하는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튿날 김여정이 정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자 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 의원은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군이 피해를 입은 사건을 단순한 사고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장관과 정부의 설명이 북한에 책임을 부인할 명분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정 장관을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정동영이 어느 쪽을 돕고 있는지 이것만 봐도 명확하다”며 정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책임 회피에 이용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정 장관, 이쯤 되면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담화에 한국 정부 장관의 발언이 등장한 상황을 두고 야권의 공세가 거세진 것이다.
다만 정 장관이 북한의 지뢰 매설 사실이나 사건의 심각성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으로 특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정 장관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논쟁은 지뢰 폭발 사건의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넘어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북한에 의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으로 확대됐다. 김여정은 정 장관의 답변을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처럼 제시했고 야권은 바로 그 점을 들어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정 장관의 발언 취지와 북한의 해석 사이에 차이가 있는 가운데 지뢰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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