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를 놓고 속도보다 농어민과의 협의를 택했다. 올해 안에 가입 신청서를 내는 방안에 제동을 걸고 관계 부처에 현장 의견부터 충분히 수렴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정부가 CPTPP 참여 필요성은 계속 검토하되 일정에 쫓겨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8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가입 시점을 미리 못 박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관계 부처에 내렸다. 특히 농어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당초 정부 내부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CPTPP 문제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오는 11월 장관회의 일정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해당 회의에서 한국의 가입 문제가 논의되려면 늦어도 10월 중순에는 공청회 개최 계획을 관보에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일정에 맞추려면 사실상 이달 안에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선택은 신속한 신청이 아니었다.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시장 개방을 걱정하는 농수산업계의 목소리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CPTPP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의견과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가입을 전제로 절차부터 밟기보다 이해 당사자들과 다시 논의하라는 의미다.

이번 속도 조절의 핵심에는 농어민과의 신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 개방 확대가 국내 농수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만큼 정부가 먼저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CPTPP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CPTPP가 글로벌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중요한 검토 대상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소개하면서도 추진 과정에는 농어민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향후 검토 방식도 같은 원칙에 맞춰 진행된다. 정부는 농어민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의견을 듣고 CPTPP 가입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로 연내 가입 신청을 목표로 한 일정에는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당장 11월 장관회의에 맞추는 것보다 국내 의견을 충분히 모으는 작업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PTPP 가입 여부 자체가 백지화된 것은 아닌 만큼 향후 농어민과의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다음 결정 시점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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