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다시 한번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흐름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며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과거 반도체 업황 하락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전망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현지 시각) 글로벌 전략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이어졌던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투자 비중은 축소하고, 알파벳과 아마존 등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초대형 기술기업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 추정치가 이전처럼 빠르게 상향되지 않는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실적 전망치 상향이 둔화되면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동력이 약해질 수 있고, 이는 업종 전반의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 역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AI 산업 성장 자체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AI 관련 투자금이 업종 내부에서 이동하는 순환매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업이 주도하던 흐름이 A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AI 반도체 산업이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메타가 사용하고 남은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사례 역시 이러한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제시했다.
시장이 이번 보고서에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모건스탠리의 과거 전망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PC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가능성을 제기하며 업황 악화를 전망했고, 이후 실제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4년에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낮추면서 국내 반도체주 전반이 급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국내 반도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15조 원 줄어드는 등 시장 충격이 컸다.

이후 AI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자 목표주가를 다시 상향 조정했지만, 당시 보고서가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외에도 상대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을 함께 제시했다. 금리 하락과 기업 인수합병 확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 업종과 소비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는 소비재 업종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운송과 지역은행 역시 시장 주도주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 발표 이후 아시아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6% 넘게 하락하는 등 단기 충격이 나타났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과 기술주에 대한 중장기 전망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서가 새로운 반도체 침체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단기적인 숨 고르기 국면에 대한 경고에 그칠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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