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주말 → 평일로 전환
주변 상권에 긍정적 영향 미쳐

13일 산업연구원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변화와 경제적 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전환으로 주변 상권 평균 매출이 3.1%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구원은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2022∼2023년 신용카드 데이터를 활용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 효과를 분석했다. 이 기간에는 대구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의 의무휴업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됐다. 업종별 효과를 보면 요식업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원은 “주말 대형마트 영업으로 인해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요식업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반면 유통업과 쇼핑 관련 사업장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매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는 유의미한 변화가 존재했지만, 청주에서는 경제적 효과가 미미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대구와 같은 특별·광역시 지역에서는 주변 상권이 충분히 발달했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 일부 업종에서 매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청주처럼 주변 상권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거나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과 함께 실시됐다. 법 개정에 따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명시하며 각 지자체에서 ‘자치단체장은 0시∼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조례안을 공포했다.
당시 전통시장 등 중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상생의 일환으로 대형마트에 대해 규제책을 호소하면서 생겨났다. 대형마트 측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12조 2항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제도가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 측에서는 법안 자체는 직접적인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를 각하시키며 일단락됐다.
2015년에는 대법원이 의무휴일 지정이 적법하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무휴업일 조례가 부당하다’고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로 지정하는 것으로 인한 효과는 오히려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우려와는 달리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했을 때 주변 상권의 매출 감소 효과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로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등을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매출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추측됐다. 실제 2000년 이후 국내외 연구 결과는 온라인 유통의 발달과 함께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 2006년 미국에서는 월마트의 등장이 지역 상권 생존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2013년 국내에서도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과 중소 슈퍼마켓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2019년의 한 연구에서는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영업규제의 효과가 없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2024년의 연구에서는 대형마트 폐점이 골목상권·전통시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전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오프라인 시장에서 3년 연속 편의점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한 결과만 살펴보아도 현재 많은 대형마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일부는 폐업 수순을 밟기도 했다. 2024년 기준 5년 사이 대형마트 35개 지점이 폐업했다.

이에 따라 의무휴일에 대한 실효성이 대두되며 같은 해 서울의 동대문구와 서초구 등 전국 60개 기초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했다.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데에 있어 분명한 장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 유통 업계, 노동자 사이에서의 의견도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정에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했지만, 오히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의무휴업일 변경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온 이들이 전통시장을 들르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대구시에서 발표한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연구 결과에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 60곳의 의무휴업일을 매월 2·4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전통시장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편의성 등의 이유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에 긍정적이라는 사실이 크다.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525명(87.5%)이 의무휴업일 변경을 긍정 평가했다.

다만 모두가 의무휴업일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슈퍼마켓 등의 골목 상권은 오히려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마트 휴무일이 평일로 변경되면서 슈퍼마켓의 일요일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마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주말에 쉴 권리 등을 이유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데에 대한 반발이 존재한다. 지난해 3월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이 5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마트노동자 일요일 사수 선언! 마트노동자 300인 국회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마트노조 강우철 위원장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의무휴업일을 지정한다는 법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에 유통 노동자들의 주말 휴식권 보장을 촉구하며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막기 위해 투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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