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 예산을 두고 이른바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에 휩싸였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이번에는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국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선 발언으로 소방 현장의 반발을 샀던 추 지사가 소방관 처우 개선과 재정 구조 개편을 강조하면서 관련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인건비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떠안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소방관의 소속은 국가로 바뀌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취지다. 그는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는 당연히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라며 “국가직 전환의 취지에 맞게 소방 재정도 바로 세워야 한다”라고 적었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추 지사는 “지역의 재정 형편에 따라 소방관의 처우와 국민의 안전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국가직 전환의 중요한 취지였다”라며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재정 부담은 여전히 지방에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직이라는 신분에 걸맞은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별 소방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추 지사가 제시한 경기도의 소방 관련 수치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였다. 지난해 경기도에 등록된 공장은 약 7만 9,000개로 전국 공장의 43.6%를 차지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 공장 화재는 총 4,336건 발생했으며,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867건이다. 산업시설이 집중된 만큼 소방 인력과 장비에 대한 수요도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기도가 감당해야 하는 소방 업무의 규모에 비해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이라는 게 추 지사의 시각이다. 그는 “많은 산업현장의 안전을 경기소방이 지키고 있지만 공장이 내는 법인세는 국가로, 재산세는 시군으로 간다”라며 “도 재원은 충원할 길이 없고 책임만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추 지사가 공개한 올해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총 1조 1,973억 원이다. 이 가운데 국가 지원액은 921억 원으로 7.7%에 그친다. 나머지 1조 1,052억 원, 즉 전체의 92.3%를 경기도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최근 만난 소방노조에서도 현장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며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만으로 필요한 인원을 충분히 늘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방 재원의 일부가 담배 판매와 연결돼 있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거론했다. 추 지사는 “금연을 권장하면서 정작 소방 재원은 담배 판매에 기대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재정이 담배 판매량에 좌우되는 것이 소방 재정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와 연동된 지원 구조가 안정적인 소방 예산 확보에 적절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지방정부가 소방 인건비를 부담하는 동안 다른 복지사업에 투입할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는 점 역시 언급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소방관 처우를 우선 챙기면서도 아이들 급식비와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비, 산후조리 지원비 등 도민을 위한 복지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최종적으로는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는 전액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메시지는 최근 추 지사를 둘러싼 발언 논란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 문제를 설명하다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소방공무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후 17일에는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방문해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사과를 둘러싸고도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추 지사가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국가의 인건비 전액 부담을 제안한 것이다. 다만 이번 입장은 기존에 제기했던 지방 소방재정 부담 문제를 다시 설명한 측면도 있어 정책적 견해 자체가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정부와 국회가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재정 부담 구조를 어떻게 논의할지가 관심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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