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묘사한 영상이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SNS에 올라온 일을 두고 법적 갈등이 본격화됐다. 5·18 유공자들은 영상 공유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 측은 원본 영상에 대한 수정 권한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신청 내용에 반발했다. 재판부까지 국회의원의 표현 자유와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은 정치인의 발언 권한을 둘러싼 법적 쟁점으로 확대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황인성)는 14일 양기남 5·18민중항쟁 기동타격대 동지회 회장을 비롯한 유공자 4명이 제기한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열었다. 신청인들은 이 의원이 SNS에 올린 게시물을 없애고 같은 내용이 다시 게시되거나 확산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논란이 된 게시물은 지난 8월 27일 작성됐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에 “5·18에 대해 최근에 나온 유튜브 방송 중 가장 충실한(개인적 의견) 설명, 논평 소개합니다”라는 문구를 적고 ‘이진숙 제명해도 광주 무장 투쟁은 부정 못 한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연결했다.
영상에 등장한 유튜버는 광주 시민들의 무장과 관련해 “무기는 함부로 드는 것이 아니다”, “광주 때는 일찌감치 무기를 들었다”, “광주사태는 각종 무기와 장갑차를 동원한 소요를 넘어선 폭동”이라는 발언을 남겼다.
이에 양 회장 등은 8월 31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의원을 상대로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별도로 제기하면서 법적 대응을 이어갔다.
첫 심문에서 유공자 측은 영상이 전달하는 전체적인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영상 전반에 5·18이 소요, 무장투쟁, 폭동이라는 내용이 있다”라며 “영상 전체적인 이미지가 5·18은 무장 폭동이라는 것이고, 정상적인 정부 아래서 시민들이 마치 폭동을 일으킨 것처럼 읽힌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유공자 측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이유도 이어졌다. 이들은 “영상 전체적인 이미지의 기초 사실이 채권자들의 인격권과 명예권을 침해한다”라면서 “해당 영상을 공유한 이 의원의 SNS 글을 삭제해 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이 의원 측은 게시물에 연결된 외부 콘텐츠를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방어 논리로 내세웠다. 해당 영상을 만든 당사자가 아니라 링크를 전달한 사람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토대로 “유공자 측의 청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반론을 제시했다.
광주 시민들의 무장 문제에 관해서도 양측의 입장 차이는 이어졌다. 이 의원 측은 “시민들의 무장 자체가 허위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엉터리”라며 상대방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별도로 진행되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가처분을 반대하는 근거로 들었다.

심문을 진행한 재판부는 이 사건이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사건처럼 돼 있어서 재판부도 고민이 많이 된다”며 “국회의원은 일종의 면책특권이 있고 선거로써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있지 않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이 갖는 공적 책임과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함께 거론했다. 재판부는 “공직자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보면 국민의 여러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더 넓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유공자 측에 관련 논거를 보완하도록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유공자)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도 전달했다. 양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은 오는 28일로 정해졌다.
이 의원의 영상 공유를 계기로 시작된 갈등은 게시물 삭제 문제를 넘어 국회의원의 표현 자유가 적용되는 범위에 관한 다툼으로 이어졌다. 유공자들은 자신들의 인격권과 명예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법원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외부 영상에 대한 권한과 별도 손해배상 절차를 근거로 맞서고 있다. 재판부가 오는 28일까지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해당 SNS 게시물을 둘러싼 가처분 심리도 다음 절차를 앞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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