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임기를 마치면서 대법원이 당분간 ‘12인 체제’로 운영된다.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남아 있어 최소 10일 동안 대법관 2명의 공석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 3부는 재판 업무를 맡는 대법관이 2명만 남게 돼 소부 구성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재판 역시 심리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6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그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 제청됐지만 오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오는 16일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직후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대법관 2명이 비어 있는 상황은 최소 열흘간 계속된다.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대법원 3부다. 기존 3부 소속이던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 7월 법원행정처장으로 자리를 옮겨 재판 업무에서 빠진 데 이어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오석준·이숙연 대법관만 남게 됐다.
대법원 소부는 통상 4명으로 꾸려지며 사건을 심리하려면 최소 3명의 대법관이 필요하다. 법원조직법 역시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고 의견이 일치한 경우에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소부 구성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에 이 대법관이 담당했던 사건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대법관이 퇴임하면 해당 대법관이 맡던 사건은 심리를 멈춘 뒤 후임자가 이어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구속 피고인이 있거나 심리불속행 기간이 임박하는 등 처리가 시급한 사건은 다른 대법관에게 다시 배당될 수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도 이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는 징역 7년, 2심에서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고심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학교폭력 가해자 및 학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도 이 대법관이 주심으로 심리해 온 사건이다.
이 대법관은 퇴임하면서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현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사법 3법’의 입법 과정에 법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그 배경에는 재판을 향한 국민의 오랜 불만과 불신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소원과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법원과 법관의 업무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지만 법관의 본질적인 지위와 역할까지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2030년까지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은 대법원뿐 아니라 전체 법원의 구조와 기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12·3 비상계엄 이후 사법부의 대응에 대한 소회도 남겼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법원이 국민에게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정치적 사건이 몰려올수록 정치의 방식이 아닌 법원의 언어와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대법관 공석을 채우는 절차도 변수가 남아 있다. 청와대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반려했다. 이흥구 대법관 퇴임까지 겹치면서 대법원은 결국 12인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 후임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소부 운영 방식과 기존 주심 사건의 처리 여부가 대법원의 당면 과제로 남게 됐다.


















댓글0